각종 구호 난무속 ‘립 서비스’조차 없어
권영길후보 유일...동포들 “너무하네”
한국 선거정국에서 재외동포들이 보이지 않는다. 각종 구호와 공약, 선심성 정책이 난무하고 있으나 재외동포들을 위한 정책 제안이나 공약은 전무한 편이다.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실종된 재외동포의 위상은 각 당 후보의 발표된 공약이나 정책에서 잘 드러난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를 제외한 이명박 한나라당, 이회창 무소속, 정동영 대통합 민주신당, 문국현 창조한국당, 이인제 민주당 등 주요 후보의 공약, 정책을 살펴봐도 재외동포에 관한 부분은 찾기 힘들다. 심지어는 선거용 립 서비스조차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정동영 후보의 경우 최근 미주 대선 지원단 출범식에 보낸 서면 메시지를 통해 교민청 신설과 이중국적 허용 공약을 내놓은 게 고작이다.
유력 대선 후보 중 재외동포에 관심을 가진 유일한 정치인은 의외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권 후보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재외동포 기본법 제정, 생계곤란 동포 실태 조사 및 긴급 지원, 한글학교 지원강화 등 재외동포들의 권익 증진을 위한 5가지 실천과제를 제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군소 후보인데다 국내의 굵직한 이슈에 밀려 권 후보의 공약은 여론을 제대로 타지 못했다.
이 같은 재외동포 홀대는 지난 몇 차례의 대선에서 각 당이 형식적이나마 재외동포 관련 정책 몇 가지를 내놓은 것과도 비교된다.
올 대선에서 이처럼 재외동포들이 외면 받는 건 ‘투표권 없는 국민’이란 점이 우선 꼽힌다. 선거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한계가 후보들이 무관심할 수밖에 없는 근본 이유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여름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 문제를 놓고 각 당이 입씨름 하던 때와 대조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후보나 정당들의 재외동포들에 대한 무지와 평소 무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정책선거의 실종도 한 이유로 꼽힌다.
신근교 수도권메릴랜드 한인회장은 “미국에 왔을 때는 동포들을 위한 달콤한 말을 쏟아내던 정치인들이 귀국하면 나 몰라라 외면하던 모습이 바로 해외동포들을 바라보는 그네들의 진짜 얼굴”이라며 “대선에서 동포정책 하나 없는 건 그 후보와 정당이 해외동포들을 바라보는 기본 시각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고 꼬집었다.
신현웅 시민연맹 전국의장은 “정당정치가 안착되지 않고 선거가 정책대결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흐르면서 당이나 후보 모두 동포문제 등 정책개발과 제시에 소홀한 것 같다”며 “해외동포들이 모국 해바라기가 아닌 거주국에서의 지위향상을 이룰 때 한국 정치인들도 동포들을 더 존중하고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7대 국회에서 다뤄진 재외동포정책은 개별 의원들의 노력에만 의존했지 정당별 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번 국회에서 동포 관련 법률안을 발의한 건 열린우리당이 4건, 한나라당, 민노당이 각 1건으로 집계됐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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