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16대 대선 취재를 위해 서울에 갔을 때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서울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네거리는 효선·미선양 미군 장갑차 압사사고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촛불시위가 끊이지 않으며 반미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또 ‘대쪽’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아들 병역비리 의혹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반면 노무현 민주당 후보 친위대였던 ‘노사모’는 유권자, 특히 구세대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젊은층을 상대로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펼쳤다. 특히 전형적인 ‘아날로그’ 방식의 선거운동을 펼치는 한나라당에 비해 인터넷을 이용한 노 후보측의 ‘디지털’ 선거운동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개표 결과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왜 그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국민들은 ‘변화’를 바라고 있었다. ‘3김시대 청산’ ‘낡은 정치 타파’라는 수식어 속에 세대교체를 통한 ‘새로운 세상’을 기대했다. 또 하루하루를 생업에 매달리는 평범한 서민들은 노 당선자가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간신히 상고를 졸업한 뒤 독학으로 변호사가 됐고, 이후 정치판에 뛰어들은 비주류 인사란 사실에 매력까지 느끼고 있었다. 일종의 ‘대리만족’인 셈이었다. 그래서 여의도 당사 안팎에서는 밤새 “노무현 만세”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대는 얼마가지 못했다. “중산층이 사라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서민경제가 흔들리고, 뭔가 새로운 정치를 펼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여당은 사분오열됐다. 또 본질을 떠나 대통령의 발언은 매번 사적 감정이입으로 비쳐지며 리더십마저 흔들렸다.
17대 대선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선거기간 내내 발목을 잡았던 BBK사건 관련 의혹에도 불구하고 50%에 육박하는 지지를 얻어내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당선 직후 “국민의 위대한 힘을 발견했으며, 이번 승리는 국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또 이 당선자의 지지자들은 지난 노무현 정부의 5년이 암흑 같았던 듯 이제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의 앞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당장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할 BBK 특검 고사를 치러야 한다. 물론 속으론 화가 치밀어 펄펄 끓겠지만 대통령 당선자로서 한국을 끌어안을 수 있는 점잖고 통 큰 모습을 보여주며 말이다.
당내 화합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당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해 대권 꿈을 이루게 해 준 박근혜 전 대표의 몫을 얼마나 챙겨줘야 할지, 그것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악감정이 갈 데까지 간 자신의 최측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다독거리며 해야 한다.
특히 ‘대운하 건설’ 등 경제개발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는 그가 내건 최대 공약인 만큼 임기 중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숙제다. 하지만 경제는 국가 구조와 세계 경제가 맞물려 돌아간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어쩌면 이 당선자는 노무현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대안’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뜻을 잘 이해하고 이를 국정 운영에 반영한다면 그는 ‘샐러리맨의 신화’를 넘어 ‘대통령의 신화’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그는 ‘노무현 정부의 교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왜 대통령에 당선됐는지,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지 가슴 깊이 생각하고 다짐해야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5년이 자신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황성락 특집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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