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목욕탕에서 하루 운동 시작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이승우 기자 = 맨몸으로 뛴다.
여야 거물급 인사간 정치생명을 건 `빅매치’로 4.9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서울 동작을에서 때아닌 `알몸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과 통합민주당 정동영 전 장관이 공인이라는 부담을 떨치고 벌거벗은 몸을 그대로 내보여야 하는 대중 목욕탕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바닥민심 잡기 경쟁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
두 사람 모두 `텃밭’인 옛 지역구를 떠나 새로운 곳에 `낙하산 투하’된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최단기간 내에 민심을 파고 들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내비치고 있는 셈. 그야말로 서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스킨십 정치’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각오이다.
이들은 최근 나란히 사당동으로 주소 이전을 마치고 명실상부한 `동작 구민’이 된 상태.
이들이 목욕탕 공략에 나선 것은 그간의 도회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역주민들에게 소탈하고 서민적인 모습으로 다가가는 데에는 대중목욕탕이 제격이라는 점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정 의원은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시작한 지난 17일부터 사당동에 위치한 B 사우나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르며 어느덧 `단골손님’이 됐다.
일부에선 재벌가 출신인 정 의원인 서민과 동떨어진 생활을 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대중 목욕탕에서 알몸으로 유권자들과 만나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는다고 한다. 다소 `귀족적’ 이미지로 오해될 수 있는 자신의 코드를 서민들과 맞추는 동시에 새로 둥지를 튼 지역구의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복안인 셈.
실제로 정 의원은 남탕에서 주민들과 스스럼 없이 농담을 주고받는가 하면, 남녀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찜질방’도 자주 찾아 여성들에게 인사를 하며 자신의 출마 사실을 알려왔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정 전 장관도 지역구 표밭다지기에 나선 이후 첫 일정으로 아침 일찍 선거사무소가 있는 남성역 인근 등 지역구내 대중 목욕탕을 찾는 게 일과가 됐다. 선거운동 시작 후 동네 목욕탕을 다섯 차례 다녀오는 등 `출근도장’을 찍다시피 했으며, 앞으로도 매일 아침 들른다는 계획이다.
방송국 앵커에서부터 정계에 10여년 몸담아 오기까지 오랜 공인 생활이 이어지면서 정 전 장관이 이번처럼 동네 대중 목욕탕을 찾은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의 표현인 셈.
잠시나마 평범한 구민으로 돌아간다는 차원에서 목욕탕 만큼은 수행비서 없이 갈 때가 많다. 목욕탕에서도 동작에 뿌리 내리러 왔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대선주자 이미지를 벗기 위해 수행 비서와 일정 거리를 떨어진 채 움직이는 것도 달라진 점 중의 하나.
두 사람 모두 유리알처럼 궤뚫고 있던 옛 지역구와 달리 동작구 지리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때때로 지도를 펼쳐가며 동네 구석구석을 속속들이 `숙지’하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만큼 과거 선거운동 기간에 비해 하루 동안 움직이는 동선도 크게 늘어났다. 두 진영 관계자들은 예전 선거 때보다 훨씬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지역주민들에게 한걸음 다가간다는 생각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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