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화 무향거 관장이 셸리 허메스(오른쪽)에게 바느질 기법을 가르치고 있다.
오하이 밸리스쿨 교사 허메스의 한국 사랑
인사동서 보자기 보고 심취
“한국인 정서, 나와 꼭 맞다”
말 배우고 김치 담그기 척척
학생들에 드라마 보여주기도
토요일 오전에 무향거를 방문하면 은발의 미국인 여성이 김봉화 관장 옆에 앉아서 열심히 바느질 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헬로우’ 하고 인사하면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하는 셸리 허메스.
오하이 밸리 스쿨 5학년 교사인 그녀는 모시 보자기를 만드는 작업에 여념이 없다. 이 ‘연습작품’이 완성되면 꼭 만들고 싶었던 모시 발에 도전할 계획.
“서울 인사동에 갔을 때 쇼 윈도에 걸린 모시 보자기를 본 순간 홀딱 반했어요. 그 우아한 색상이며 하늘하늘 흔들리는 보자기가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무작정 모시를 사갖고 와서 퀼트 바느질로 만들어보려고 했으나 잘 안되더란다. 미국에서 한국식 바느질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하다 발견한 곳이 무향거. 바로 그녀가 찾던 한국전통 공예문화가 가득한 공간이었다.
“모시 바느질을 배우려고 토요일 아침마다 두 시간을 운전해 찾아옵니다. 퀼트 바느질을 해본 사람이라 어렵지 않게 배우고 있지요. 한국말도 웬만큼 하고,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같이 일하기가 재미있습니다” 김봉화 관장은 외국인 수제자까지 두게 되어 짐짓 흐뭇한 얼굴이다.
셸리 허메스 선생님이 한국에 빠지게 된 건 17년 전인 1991년. 외국 유학생이 많은 기숙사학교 오하이 밸리 스쿨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한 클래스에서 싱가포르, 타이완, 일본, 한국 등 아시안 학생 4명이 자기 나라에 관한 소개를 했을 때 그녀는 너무나 놀랐다. 그때까지 미국인들은 동양권 문화는 다 똑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라마다 언어와 문화, 음식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이 놀라웠던 것. 그 때부터 동양계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허메스 선생님은 얼마 안 있어 한국 문화가 자신의 정서와 꼭 맞는다는 것을 알고 한국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전통문화와 현대문화가 공존해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한국 사람들도 얼마나 친절하고 정이 많은지요. 가면 갈수록 더 좋아지네요”
지금까지 한국을 4회 방문한 그녀는 한국문화원에서 한국말을 배웠고 몇해 전에는 7주 동안 고시원에 체류하며 종로 YBM에서도 한국어를 익혔다.
특히 한국음식이 너무 맛있다는 그녀는 직접 김치를 담가 먹고 추석 때면 송편도 빚어 먹을 정도. 가끔 학생들이 집에 놀러오면 떡볶이, 김치찌개, 된장찌개, 불고기, 삼겹살 같은 음식을 함께 해먹기도 하고, 학생들과 주말이면 한인타운에 나와 한국식당이며 마켓, 상점을 돌아다니는 일이 가장 즐겁다는 허메스 선생님은 이날도 인터뷰 도중 한 학생의 전화를 받고 장 볼 목록을 의논하며 분주하게 받아적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드라마 왕 팬인 것은 말할 것도 없어서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클래스에서는 대장금 DVD를 틀어놓고 옛날 한국의 언어와 의복, 음식 등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단다. 아이들이 대장금을 너무나 좋아해서 계속 보고 싶어하는 게 문제라는 그녀는 너무 길어서 다 보여줄 수 없는 것이 유감이라고.
한국 학생들은 그녀를 ‘할머니’라고 부른다. 10년 전 한 학생이 농담으로 부른 호칭인데 후배들이 들어올 때마다 대를 물린 바람에 아예 그녀의 애칭으로 굳어져 버렸다.
분명히 할머니 연령은 아니므로 기분 나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은 표정이다.
“아마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게 부를 거에요. 하나는 머리가 희어서 백발처럼 보이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내가 자상하게 돌봐주니까 진짜 할머니처럼 느껴지는가 봅니다. 응석들 많이 부리거든요”
요즘 한류 한류 하지만 셸리 허메즈 선생님이 ‘원조 한류’다.
<정숙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