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 2년차 ‘기러기 가족’인 H씨(엘리컷시티 거주)의 요즘 최우선 관심사는 ‘광우병 쇠고기’가 아니라 ‘환율’이다. 인터넷에 들어가도 환율을 먼저 체크하는 게 버릇이 됐을 정도다.
H씨는 “얼마 전부터 원화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남편의 송금 부담이 더 커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원화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미주에 정착한 기러기 부모들이나 유학생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반면 한국을 방문하거나 친인척에 송금하는 한인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고 있다.
최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천40원대로 지난해보다 무려 100여원이나 떨어졌다. 이처럼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러기 부모들의 속 타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한국의 기러기 아빠들의 자녀 뒷바라지에 필요한 송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맥클린 거주 K씨는 “남편이 매달 여기 사는 세 식구 생활비로 4천 달러를 보내왔다”면서 “환율이 900원대였던 얼마 전까지는 380만 원가량을 보내면 됐지만 이제는 40만원을 매달 더 보내야 한다”고 걱정을 늘어놓았다. K씨는 남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파트타임 일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기러기 가족인 L씨는 “환율 100원 차이는 봉급생활자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라며 “생활비를 전보다 더 아껴 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학원 유학생인 P씨의 걱정도 만만찮다. 매달 서울의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송금 받았으나 환율로 인해 액수가 줄어들었다.
P씨는 “부모님 사정도 여의치 않아 덜 먹고 덜 쓰는 짠돌이 방식으로 생활 패턴을 바꿨다”며 “일거리를 알아보고 다니는 유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한국을 방문하는 한인들은 전보다 적은 경비로 다녀올 수 있어 반가운 표정이다. 또 어버이날이나 부모의 생일, 명절에 한국에 송금하는 부담도 줄어들어 달러값 상승 시대를 은근히 즐기고 있다.
S씨는 “1년에 서너 차례 송금을 하는데 달러 값이 올라 톡톡히 덕을 보고 있다”며 “사실 900원대 시절에는 달러를 한국 돈으로 바꿀 때마다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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