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을 떠나 온통 올리브 나무가 즐비한 국도를 달려 4시간 30분 만에 플라맹고의 원조로 불리는 스페인의 4번째 큰 도시 세비야에 도착했다. 인구 70만 명으로 영어 이름은 세빌리아로 부른다. 과달키비르 강변을 끼고 12각형의 모양을 갖춘 황금의 탑이 우뚝 서 있고 유람선이 강물 따라 유유히 흘러가는 멋스러움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리를 건너 좁은 골목길로 접어들자 벌집과도 같은 많은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넘쳐나고 관광객을 싣고 다니는 마차가 움직이는 낭만의 산타크루즈 거리 앞엔 웅장한 세비야 대성당이 견고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1401년~1519년에 완성된 세로 116m 폭 76m의 세비야 성당은 로마의 베드로 성당과 런던의 세인트 폴 성당에 이어 세계의 3대 성당으로 꼽힌다.
성당 뒤쪽으로 높이 97.5m 전망대 높이 70m의 세비야의 상징이며 아름다움의 극치 이슬람 사원이었던 히랄다 탑(방향을 가리키는 닭)이 우뚝 솟아있다. 원래는 회교사원의 모스크 첨탑이었으나 16세기에 가톨릭 세력으로 청동 여신상을 덧붙여 올렸다고. 기존의 건축물을 파괴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한 스페인사람들의 유연함을 설명하느라 가이드는 목청을 높인다.
첨탑에 오르고 싶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성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5톤의 금이 소요된 예수님의 생애를 조각한 세계 제일의 제단 병풍 앞에 서서 섬세한 작품에 감탄을 쏟아내며 세비야의 수호신인 성모상이 그려진 사원 내 미술품을 감상하고, 특히 4명의 스페인 국왕이 사면에서 받들고 있는 콜럼버스의 묘와 그가 바람 피워 낳았다는 그의 아들의 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관광객들은 사진 찍느라 법석이다.
마리아 루이사 공원 안에 있는 스페인 광장으로 갔다. 중앙에는 하늘로 치솟는 분수가 장관이고 광장을 둘러싼 건물의 아치 아래에는 스페인 각지의 특성과 역사를 타일로 모자이크한 그림 같은 58개의 벤치가 있다. 그 중에 마음에 드는 벤치에 앉아 디카에 풍경을 담으며 세계적 테너 ‘호세 카레라스’와 ‘플라시도 도밍고’의 조국에 온 보람을 느껴보기도 했다.
정열적인 집시 여인 카르멘이 근무했다는 담배공장 건물 옆을 지나며 비스크 지방의 순진한 돈 호세 하사와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Carmen)의 배경이 물씬 풍겨나는 도시에서 플라맹고를 직접 관람할 수 있다는 흥분 속에 서둘러 극장으로 갔다. 상상외로 무대는 아주 작고 무희들의 빠른 손놀림과 화려하고 정열적인 춤과는 반대로 약간은 공허한 듯하면서도 비장한 음색의 가수, 낭만보다는 삶의 고단이 느껴지고 보편적 정서와 흥겨움보다는 아랍문화와 지역문화가 섞이고 절제와 낭만적 기질을 적절히 버무린 마음으로 추는 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세비야는 서고트 왕국의 수도로 비제의 ‘카르멘’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등 숱한 오페라의 무대로 스페인 관광의 단골 메뉴, 특히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을 볼 수 있는 곳이기에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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