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지정환율 상품
하한선 이하땐 이득 되지만
상한선 넘으면 2~3배 손실
중소기업들 1조4천억원 피해
8일(한국시간) 한국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이 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을 상대로 소송하겠다는 업체가 146개로 늘어났으며, 업체의 피해액도 평가손실을 포함해 1조4,385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키코는 2005년께 시티은행이 설계해 한국으로 들여간 ‘수입 금융상품’으로 알려졌지만, 2007년 당시 지속적 환율 하락 추세속에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상품을 도입했고, 기업들의 가입도 폭증했다. ‘환율이 떨어지게 될 경우’ 지정한 가격대에 다시 달러를 팔 수 있어, 환율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지 않아 소폭의 환차익을 노릴 수 있지만, 반대로 환율이 급상승하면 무한대의 피해를 입게 되는 상품이다.
특히 한번 가입하면 중도해약을 할 경우 엄청난 금액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규모 4,000만달러의 한 중소기업은 환율 하락시 최대 3억원의 이익을 기대하며 수출액의 약 4분의 1인 1,200만달러에 대해 약정환율 구간을 905~947원, 행사가격을 930원으로 정해 계약을 했다.
즉 환율이 905~930원에서 움직일 경우 실제로 달러를 930원에 되팔 수 있지만, 환율이 약정 상한선인 947원을 넘게 되면 기업은 원래 누렸어야 할 환차익을 2, 3배로 더해 은행에 물어줘야 한다.
갑작스런 환율 폭등으로 키코에 가입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영업이익보다도 많은 돈을 은행에 갚아줘야 하는 신세가 되버린 것이다.
◇키코란 ?
(KIKO·Knock-in, Knock-out)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경우 기업이 미리 지정한 환율(계약환율)로 외화(달러)를 은행에 팔 수 있는 외환 환헤지 파생상품이다. 환율이 아래위로 일정한 범위 내에 있을 경우 시장가격보다 높게 지정한 계약환율(행사가격)로 외화를 팔수 있는 옵션 거래다.
환율이 지정한 범위의 하한선(넉아웃 배리어)을 내려갈 경우에는(예를 들어 950원에서 900원으로) 계약이 무효가 되어 기업은 손실을 입지 않고,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손만 입게 된다.
그러나 환율이 급등해 지정한 범위의 상한선(넉인 배리어)을 넘어가면(예를 들어 950원에서 1,000원으로) 계약금액의 2~3배에 달하는 비싼 달러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계약환율로 팔아야 되기 때문에 기업은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다.
기업이 키코 계약을 통해 이득을 얻는 경우는 계약 이후에 환율이 계약환율과 ‘넉아웃 환율’ 사이에 있는 경우뿐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환율이 ‘넉인 환율’(상단 배리어) 위로 치솟을 경우 기업 손실은 무제한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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