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TV 방송국 앵커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광고 수익 감소로 경영난에 부딪힌 방송국들이 몸값 비싼 앵커들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침체로 운영이 어려워진데다 TV의 최대 광고주인 자동차 업계가 광고를 줄이면서 지방 방송국들이 무자비한 경비 삭감에 들어갔다. 예산을 줄일 대로 줄인 방송국들로서 많게는 백만 달러 단위 적어도 수십만 달러 연봉을 챙기는 앵커들을 그대로 껴안고 갈수가 없게 된 것이다.
방송국 경영난 심해지면서 앵커들 감원 추세
최대 광고주 자동차업계 위기가 방송국에 직격탄
인테넷 뉴스 보편화로 앵커 존재 약해진 것도 원인
콜로라도, 덴버에서 가장 친근한 목소리 하나가 곧 사라진다. 콜로라도 TV의 명물로 꼽히는 어니 비요크먼이 지난 10월 KWGN 방송국으로부터 ‘그만 두라’는 통보를 받았다. 연봉 근 25만달러로 내년도 계약을 맺은 지 불과 3주 후에 감원 통보를 받게 되었다. 방송국이 다른 방송국과 합병되면서 희생된 것이다.
방송 경력 36년의 베테런 앵커 비요크먼은 “앵커들이 시청자들과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은 이제 볼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시청자들에게 친근했던 지방방송 TV 앵커들이 전국적으로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 침체와 심각한 광고수익 감소에 직면한 많은 방송국들이 대대적인 경비 절감조치를 단행하면서 몸값 비싼 베테런 앵커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방송국이 경비를 절감해야 할 때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앵커들의 두둑한 연봉이기 때문이다.
시카고에서는 23년 경력 앵커인 다이앤 번스가 WBBM에서 감원되었고, 보스턴에서는 유명 스포츠 앵커인 밥 로블이 WBZ에서 잘렸다. 휴스턴에서는 26년 베테런인 캐롤린 캠블이 KHOU를 떠나게 되었다.
앵커들이 떠나면 몸만 떠나는 것이 아니다. 수십년의 경험과 통찰이 함께 떠난다. “기본적으로 시청을 아는 사람 대신 시청이 어디 있는 지도 모르는 사람으로 교체하는 것이다”고 존 비어드는 말한다. LA에서 뉴스 앵커로 26년간 일했던 그는 지난해 12월 KTTV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전국 채널과 제휴된 미국 내 1,300개 TV 방송국들 거의 모두는 방송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앵커를 한두명씩 가지고 있다. 이들 중 뉴욕 WNBD의 수 사이몬스나 척 스카버로와 같은 탑 앵커들은 여전히 백만 달러 단위 연봉을 챙기지만 대부분 앵커들은 자리가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많은 방송국에서 오랜 경력의 앵커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경제다”라고 TV 뉴스 컨설턴트인 알 프라이모는 말한다. 현재의 방송국 예산으로 볼때 앵커의 봉급은 딴 동네 이야기같이 보인다는 것이다. 수익이 줄어들면서 방송국 매니저들은 앵커의 봉급을 그에 맞게 조정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20개 TV 방송국을 거느리고 있는 벨로사는 경비 절감책으로 11월 중순 전 직원의 봉급을 동결시켰다. 앵커들은 별도 계약을 맺고 있지만 임금 동결에 동참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대부분앵커들이 이에 동의했다.
지방 TV방송은 전국 채널의 저녁뉴스나 신문과 같은 명성은 없지만 미국에서 단일 뉴스매체로 가장 인기가 있다. 국민과 언론을 연구하는 퓨 연구센터에 의하면 전 국민 중 절반 이상은 지역 방송 뉴스를 정기적으로 본다. 그에 비해 매일 신문을 읽는 사람은 34%, 전국방송 저녁 뉴스를 보는 사람은 29%에 불과하다.
하지만 방송 시청률은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하락했다. 전통적 심야 뉴스 프로그램 시청률은 10년 전 21%였던 것이 지금 12%로 떨어졌다.
감원 고통을 겪는 것은 보도국만이 아니다. 광고 감소는 심각하다. 방송국 광고주로는 가장 큰 범주였던 자동차회사와 딜러들이 지출을 대폭 줄인 것이 부분적 이유이다. 11월 중순까지만 해도 TV 방송업계는 올해 광고수익을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곧이어 7.1% 하락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내년에는 7~11% 하락이 점쳐지고 있다.
“1980년부터 TV에서 일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나쁜 것은 처음 보았다”고 20년 경력의 앵커 리치 로드리게즈는 말한다. 최근까지 캘리포니아, 프레스노의 KSEE 앵커였던 그는 지난 10월 감원 당했다. 방송국 총 매니저가 제안한 25% 감봉을 거부하자 곧 바로 해고되었다.
많은 방송국들, 그리고 시청자들은 여전히 경험 많은 앵커들에 비중을 둔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24시간 뉴스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런 고정된 시각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을 통해 사용자들이 스스로 뉴스를 취합할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시청자들에게 앵커는 다소 불필요한 존재처럼 보여 지고 있다. 그 때문인지 방송국 감원 소식은 거의 매일 나오고 있다.
많은 지방 방송 소유주들에게 있어서 뉴스는 여전히 가장 큰 수입원이다. 방송국 수입의 약 40%는 뉴스 프로그램에서 나온다. 하지만 전체적 수입이 줄어들면서 많은 기술직 분야는 자동화했고 직원들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이제는 더 이상 줄일 인원도 없게 되고 나니 보도국에 칼을 대게 되는 것이라고 호프스트라 대학 신문방송학과의 로버트 패퍼 학장은 말한다. 그는 지난여름 300개 보도국을 조사한 결과 올해 TV 보도국에서 360개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했다. 신문사에서 수천명의 기자들이 감원된 것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다.
콜로라도의 앵커, 비요크먼은 앞으로 TV 앵커로 수십 년 종사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인터넷이나 디지털 채널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방 방송국들의 합병, 통합, 경비절감은 점점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는 12월31일 마지막 방송을 한다. 57세인 그는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2년 전부터 수의학 테크니션 과목을 수강해왔다. 동물을 돌보는 일을 하는 게 그의 오랜 꿈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9월 이수 과정을 다 마치고 나서 2주후 그는 앵커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변신의 날이 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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