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좋을 때도 암울한 전망을 내놓으며 흥을 깨고는 했던 비관론자들은 근래 최악의 금융.경제 위기를 자신들이 맞춘 현 상황에서 장래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미 금융기관들의 대표적 비관론자들은 최악의 상황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전망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우울한 예측을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인 GMO LLC의 제레미 그랜덤 창업자와 퍼스트퍼시픽어드바이저스의 밥 로드리게즈 최고경영자(CEO), 유로퍼시픽캐피털의 피터 쉬프 회장 등은 미국의 경제위기를 일찌감치 예상했던 대표적 비관론자들이다.
그랜덤은 작년 7월에 경제 시스템의 실질적인 위험이 2008년 10월에 나타날 수 있다면서 적어도 주요 은행 중 하나가 망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른 경제 전문가들이 보편적으로 올해 말에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주가도 오르는 한편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미 정부의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 등이 향후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등 여전히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돈이 마구 풀리는데 따라 인플레이션 또는 초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두자릿수나 세자릿수에 달하는 경우) 및 달러화 가치 붕괴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소비가 70% 차지하는 미 경제에서 소비자들의 절약이 장기화돼 경제회복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점 등이 이들의 우려다. 이들은 또 증시가 지금보다 30%나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그랜덤은 증시가 이미 크게 떨어지기는 했지만 주가가 1974년이나 1982년의 경기침체 때만큼 싸지는 않다면서 올해 증시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그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2008년말 종가보다 34%나 더 떨어진 600대로 추락하는 쇼크 수준의 주가가 올 경우에 대비해 투자할 현금을 비축해 놓고 있다.
로드리게즈 CEO는 소비자들이 성향이 지출 대신 저축을 하는 쪽으로 바뀌는데 따른 경제 전반의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소비 위축으로 미국의 경기침체가 앞으로 6개월에서 18개월간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쉬프 회장은 달러화 가치의 몰락을 예상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 경기부양과 구제금융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해야할 국채를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의 상환 능력을 우려해 언젠가는 사기를 멈출 것이고 달러화 가치는 급락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경제 전문가 대부분은 올해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나 비관론자들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CNBC가 2008년말 마지막 2주간 펀드매니저와 이코노미스트 등 4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1%가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 51%는 3분기에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봤으며 22%는 4분기에, 18%는 3분기 이전에 GDP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6%에 그쳤다.
또 이들 대다수는 증시도 상승할 것으로 점쳤다. 응답자의 69%는 S&P 500 지수가 올해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고 이중 26%는 증시가 20% 넘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은 6% 뿐이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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