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큰 불상사 없이 선거가 치러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하나 더 추가된 흠이라면 역대 선거사상 가장 많은 버스를 동원해서 그 인원만으로도 충분히 당락이 갈릴 수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어쨌거나 김 회장께서는 당선이 됐고 막중한 책임의 보따리를 떠안게 됐습니다. 하지만 33대 김옥태 회장의 유고사태가 몰고 온 뒤틀린 역사의 맥을 바로 잡기위해, 어쩌다 총대를 메야 했던 필자가 지금 김영천 호의 출범을, 그럼에도 반길 수 없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우려할만한 이유 때문입니다.
선거 일주일을 앞두고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서 대 수에 대한 질문에 “김인억 씨의 34대 회장 승계는 적법으로 본다”라는 거침없는 대답으로 좌중을 크게 놀라게 했던 김 후보의 기막힌 언급에서 정의감 부재를 확인해서였습니다.
그게 진실이라면 이런 사람이 어찌 교포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겠나 하는 의문과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34대가 불법이란 건 세상이 알고 하늘도 다 아는 움직일 수 없는 역사성인데, 김 후보 자신은 막대한 돈 뿌려가며 선거운동을 하고 다니면서 선거도 없이 34대를 만들어낸 박수 회장이 옳다는 소리를 거리낌 없이 해대는 이런 후보가 지도자가 된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김 후보에 대한 실망은 더 깊어졌고, 마침 추수감사 주일만 아니었어도 필자는 틀림없이 다른 후보에게 투표를 했을 겁니다.
한인회장의 자질이 무엇이겠습니까. 항상 바른 생각과 진실한 인격으로 겸허하게 교포들을 만나주는 ‘사람 됨’이 아닐까요. 더 중요한건 “김 후보의 가정문제가 좀…” 하는 한 기자의 또 다른 질문에 “맞다, 그렇지만 회장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만큼은 아니다”라는 석연치 않은 해명이 지금까지도 마음에 걸립니다. 그게 단순불화이거나 결별수순 단계가 아니라면 아주 갈라섰다는 의미인지, 남의 집안일 시시콜콜 알아서 뭐 어쩌겠냐마는 김 회장은 이제 예전의 평범한 주부 아낙네가 아니라 한인사회 라는 막중한 책임을 진 공인의 신분이기 때문에 가정문제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여자가 뭘…”, 아직도 여성의 위치를 만만하게 보는 구시대의 낡은 시각이 태반인 사회이고, 더군다나 ‘독신녀 한인회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크고 작은 스캔들이 충분히 만들어질 수도 있는 무서운 세상이기에 조심 또 조심 하라는 충고를 드리는 겁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일로 한동안 구설수에 말려들어 큰 곤욕을 치러야했던 박근혜 의원의 예는 그래서입니다.
헌데 반가운 일도 하나 있더군요. 김 회장께서 서울신학대학을 다니셨다면 필자와는 동문수학한 후배가 분명한데, 이 지역의 대 선배 원로이신 김종선, 박관빈 두 분 목사님을 비롯하여 20여 명의 동문들과 자랑스런 모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34대 회장 직무수행을 성실히 잘 해주었으면 하는 선배로서의 한 가닥 기원입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