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 또 하나의 커다란 그림자가 한국의 현대사 위에 드리워졌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1948년 한국정부가 수립된 이후 이명박 대통령까지 10대에 이르렀지만 전직 대통령 아홉 분들의 운명을 보면 조선조 마지막 시대의 비운의 왕들보다도 더 비운을 볼 수가 있다. 이번에는 형무소도, 암살도 아닌 자살이라는 21세기 정치사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커다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은 자연인 노무현의 행위로서는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5년 동안 4,700만 명의 운명을 손에 쥐고 국가를 영도했던 대통령의 행위이라면 이는 당연히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어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한국국민의 수치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후진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1961년 서거한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인 칼 융은 역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역사는 두꺼운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혈류 속에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그렇다. 해방 이후 64년 동안에 있었던 한국 현대사 속의 무거운 그림자가 국민의 혈류 속에서 오늘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그만큼 대통령의 처신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몇 년 전부터인가 한국사회, 특히 정치권에서는 선진국 진입이라는 구호를 눈만 뜨며 외쳐댔다. 이는 자기기만일 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오도하는 그릇된 위선의 정치 산물이다. 지금 한국의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면 한국국민들은 조선시대의 당파싸움을 넘어선 치졸하고도 더러운 싸움을 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 허우적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영남(동인)과 호남(서인), 북한(북인)과 남한(남인), 진보(소론)와 보수(노론)가 뒤엉켜있다.
정치인들은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무지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소아적인 정치극만 연출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 및 남북통일은 한국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주변의 강대국 손에 달려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물고 뜯고 있다.
정치란 대화를 통한 양보와 타협을 이루어내는 종합예술이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까지도 농경사회의 이분법적 흑백논리만 가지고 국민들의 공동이익 추구를 외면한 채 끼리끼리 모여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 이는 근원적으로 보면 국민들의 기본적인 가치관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이 눈에 보이는 외적인 가치추구만을 가르치고 내면적인 진정한 가치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 서려면 정치와 교육의 일대 혁명 없이는 불가능하다. 법이 정치의 심부름만 하고 교육이 물질에 끌려 다니는 한 한국의 선진국 진입은 물론이요 진정한 삶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채워주지는 못할 것이다.
외딴 섬에서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국민영웅이 되고, 그리고 “내가 모든 것을 했노라, 내가 법의 심판을 받겠노라, 내가 형무소에 가서 벌을 받겠노라” 이렇게 외치는 지도자를 언제쯤 볼 수 있을는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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