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잭슨(오른쪽) 감독과 코비 브라이언트
수퍼스타 1~2명을 거느리지 않고 우승한 감독이 언제 어디에 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14일 LA 레이커스에 구단 사상 15번째 NBA 챔피언십 트로피를 안겨준 필 잭슨(63) 감독은 유달리도 그런 소리를 많이 듣는다. “마이클 조단과 스카티 피핀,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 등 리그 최고 선수들을 계속 쥐어주면 누가 우승을 못하겠느냐”고.
하지만 운이 좋아 1~2번도 아니고 10번이나 우승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미국의 모든 프로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 열 손가락에 모두 챔피언십 링을 낀 감독이 한 명밖에 없다면 그를 역대 최고 사령탑으로 인정해줄 때가 됐다.
10차례 우승 감독은 NFL에도 없고 메이저리그에도 없다. NHL에도 없다. 하지만 잭슨 감독은 NBA에서 지난 19년 동안 10차례 우승을 지휘했다. 그 중간에 2년은 쉬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기록이다.
그만하면 잭슨 감독이 조단과 코비 등 수퍼스타들의 덕을 본 게 아니라, 이 세상에 그 실력을 능가하는 것은 자존심밖에 없는 그 수퍼스타들이 잭슨 감독의 덕을 본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오닐은 레이커스로 이적한 후에야 잭슨 감독 아래서 챔피언의 꿈을 이뤘고 코비는 잭슨 감독이 잠시 팀을 떠났을 때 플레이오프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그리고 수퍼스타를 거리지 않았던 전설적인 감독은 없다. ‘보스턴 셀틱스의 전설’ 레드 아워박도 빌 러셀과 밥 쿠지 등이 없었다면 9차례 우승이 불가능했을 것이고, 뉴욕 양키스의 케이시 스텡글(7회 우승) 감독에게는 믹키 맨틀, 그린베이 패커스의 빈스 롬바디(5회) 감독도 바트 스타란 수퍼스타가 있었다. 매직의 스탠 밴 건디 감독은 이에 대해 “수퍼스타가 없었던 우승 팀은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잭슨 감독은 ‘전술’이 뛰어난 감독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워박 감독도 지난 2006년 세상을 떠나기 전 “그는 팀을 직접 만든 적도 없고 선수들을 가르쳐 키운 적도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아워박에 따르면 잭슨은 항상 이미 만들어진 선수들을 물려받았고 ‘트라이앵글 오펜스’만 가지고 들어가면 됐다. 그리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선수가 있으면 가르쳐 키우지 않고 밖에 나가 시스템에 맞는 선수를 구해 왔다.
하지만 NBA는 작전보다 스타 매니지먼트가 더 힘든 시대로 접어든지 오래됐다. 조단과 피핀, 오닐과 코비로 인해 ‘트라이앵글’ 오펜스가 유명해졌지만 그 보다 훨씬 힘든 것은 그들을 팀플레이어로 만든 것이었다.
매직 잔슨은 이에 대해 “나와 오닐, 코비 등 수퍼스타들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 자존심과 고집이 대단한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잭슨 감독은 다른 선수(토니 쿠코치)에게 경기 마지막 슛을 맡긴 작전에 불만이라며 경기에 들어가길 거부했던 피핀을 감싸주며 더 좋은 선수로 만든 적이 있다. 그리고 서로만 보면 이를 갈며 ‘권력싸움’을 펼치던 오닐과 코비를 데리고 3차례나 우승했다”며 “사람들은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잭슨 감독이 역대 최고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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