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대학 신입생과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학입학 통지를 받은 기쁨도 잠시, 너무 올라버린 학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부부가 같이 일하는 중산층 자녀의 경우 수입이 그다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랜트, 웍스터디 등의 재정보조를 받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기침체로 정부의 각종 교육예산이 크게 삭감된 데다가 대학조차도 재정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대학입학 자녀가 특별히 공부를 잘해서 4년 장학금을 받는다든가 예능이나 체육 특기생으로 입학한 경우는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보통 중산층 부부가 같이 일하면 대부분 연수입이 10만여달러가 넘어간다. 그렇지만 보통 사립대학의 연간학비는 기숙사비를 포함해 5만~6만달러는 예사이고 주립대학도 3만달러를 육박한다. 요즘은 칼스테이트 계열도 2만여달러가 넘는다. 학부를 졸업하면서 이미 10만~20만달러 정도의 부채를 짊어질 수가 있기 때문에 대학 신입생들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차라리 돈을 많이 버는 부유층이거나 극빈층 혹은 싱글 맘의 경우는 다행이다.
부유층은 학비를 충당할 여유가 있고 극빈층이나 싱글 맘의 경우 그랜트, 웍스터디, 론 등의 혜택이 충분히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재정보조는 하나도 받지 못하고 등록금을 모두 융자를 받아서 내야 하는 중산층 가정은 허리가 휘는 정도가 아니라 끊어질 정도다. 생활비, 주택융자, 자동차 융자, 각종 유틸리티, 재산세, 보험료 등을 내고 나면 융자 외에는 학자금을 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4년제 대학 편입을 염두에 둔 커뮤니티 칼리지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우수대학에 입학허가를 받았지만 학비를 감당하기 힘든 대학 신입생들이 학비가 싼 커뮤니티 칼리지에 들어가 2년을 수료한 후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명문사립대학을 다니다가도 주립대학으로 편입하는 재학생도 크게 늘고 있다.
대공황 이래 최대의 경기침체로 대학 선택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어느 대학에서 학비보조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지 또한 대학 입학 후에도 어떻게 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 갖가지 아이디어를 쥐어짜고 있다.
어떤 학부모는 3년 안에 대학을 졸업하면 일정액수의 인센티브를 자녀에게 제공하겠다는 제안도 하고 나섰다. 왜냐하면 한해를 더 일찍 끝내면 5만~6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문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또한 자기가 좋아하는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대학을 가든 학생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개척해 나가느냐에 따라 인생항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LA 인근의 옥시덴탈 칼리지에 입학해 2년간을 다니다가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으로 편입학해서 졸업한 후 시카고로 가 빈민층을 위해 지역사회 운동가로 일하는 것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지역사회 운동가로 수년간을 봉사한 후 다시 하버드 법대에 입학해 하버드의 권위 있는 법률학술지 ‘하버드 로 리뷰’의 최초의 흑인 편집장이 되기도 했다.
오바마는 하버드 법대 졸업 후에도 재정이 탄탄한 법률회사를 마다하고 민권과 저소득층 가정의 변호를 주로 맡고 있는 작은 법률회사를 택했다.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탄탄한 길을 두고 험난한 길을 선택한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로 가장 치열한 입학경쟁을 치러야 했던 올해 대학 신입생들은 희망에 부푼 캠퍼스 라이프를 시작하기 전부터 경제위기란 냉혹한 현실을 체험하면서 이를 극복해야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세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흥률 / 부국장 겸 경제 1부장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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