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월이다. 가을이 조용히 깊어간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운명을 ‘모이라(MOIRA)’ 라고 했는데 그 어원은 하늘에서 할당받은 삶이라는 뜻이라 한다.
우리가 오늘도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예견할 수 없는 미래에 불안해하고 의식주 위기, 건강위기, 경제 위기 때문에 때론 우리 의지와 다르게 고귀한 생명이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여기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옛날 얘기하나...
높푸른 하늘에 새털구름이 그림을 그리고 있던 어느 늦은 가을이었다. 강원도 오대산 지장암이라는 절에 살던 한 비구니가 어느 날 절 가까이 산에서 알밤을 줍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한 마리의 다람쥐가 알밤을 물고 멀찍이 파놓은 굴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호기심에 다람쥐가 들어간 땅굴을 팠다. 계속 굴을 파헤치며 따라가니 그 안에는 알밤이 거의 한 말은 되게 수북이 쌓여있었다.
다람쥐 식구들이 겨우내 먹을 양식인 도토리와 알밤들이었다. 그는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도토리묵을 만들어먹을 요량으로 그것들을 모두 옷자락에 조심스럽게 싸 가지고 와, 광 안에 넣어 두었다. 내일은 맛있는 도토리 묵을 만들어 먹을 생각에 그는 단꿈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난 그가 섬돌위에 벗어놓았던 신발을 신으려고 하다 본 광경은 너무 무섭고 섬뜩했다. 겨울 양식을 모두 빼앗기고 겨울에 살 집마저 모두 사라진 다람쥐 식구가 절의 섬돌에 죽어 있었다. 어미는 새끼들을 물어죽이고 자신은 비구니의 고무신짝에 혀를 물고 죽어있었다.
그 광경을 본 스님은 마루에 주저앉아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고 그 충격으로 몇 달을 앓아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몸이 회복된 후 진심으로 크게 잘못을 뉘우치고, 다람쥐 가족을 위해서 절에서 7일 마다 7번의 제사로 49재를 지내주고, 아무리 미물이라도 정성을 다해 왕생극락을 빌었다.
며칠 전 신문 첫 페이지에 ‘집을 차압당한 일가족 생활고로 권총 자살’제하의 기사가 나왔다. 오늘 뿐만 아니고 요즘은 거의 며칠마다 이런 기사가 신문에 뜨는 것 같아 우려된다. 어서 경제가 나아져서 사람들이 머물 집과 매일의 양식을 걱정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우리가 살아가다가, 어느 날 사고로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죽음의 문턱까지 밀려가서 저승과 이승을 오가다 한줄기 햇살이 가슴으로 파고들어 왔을 때,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로 기쁨을 느껴 본 사람도 많으리라. 옛말이 맞지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이는 매 10년마다 한 번쯤 유언장을 써보라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들을 쓰기도 전에 떠난다는 생각에 벌써 목이 메이고 눈물부터 난다고 한다. 울다가 편지를 못 써도 마음은 어느새 후회와 사랑으로 가득히 채워진다고 했다.
경제 한파로 집을 차압당하고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기댈 곳 없는 마음을 누가 다 이해할 수 있으랴만은 그래도 미래는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걸고, 희망을 버리지 않길 바란다.
하나 밖에 없는 내 소중한 생명과 남겨질 가족들을 생각하며 어떻게 해서든 절망을 헤쳐 나가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 아무도 아니고 자신을 달래고 보호하고 방어할 사람은 역시 자기 한 사람뿐임을 항상 기억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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