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고록 ‘서른 살의 레서피’로 인기 입양아 출신 김순애씨
특이하게도 이름이 ‘김’이고 성이 ‘순애’였다.
한인 입양아 출신으로, 자기의 인생을 되돌아 본 회고록 ‘서른 살의 레시피’(영문판 제목: Trail of Crumbs)를 써낸 김순애(Kim Sunee·사진)씨 이야기다.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인 ‘록시땅’(L’Occitane)의 창시자와의 로맨스, 입양아로서 정체성을 찾기 위한 방황과 고독, 음식을 통한 치유와 회복이 맛깔스런 레시피와 함께 녹아있는 그의 회고록 ‘서른 살의 레시피’는 뉴욕 타임스 등 주류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한국어 번역판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뒤 이번에는 ‘한식의 세계화’ 도우미로 발 벗고 나섰다. 한국 음식과 문화를 주 ‘재료’로 두 번째 책을 준비하던 중 LA를 방문한 김순애씨를 만났다.
작년 방문때 한국의 맛에 반해…‘한식 세계화’ 도우미 나서
▲한식의 매력에 푹 빠지다
“한국 음식은 고급스러운 디테일과 아름다움을 갖춘 동시, 특유의 투박함과 소박함, 여기서 나오는 편안함을 고루 갖춘 최고의 음식입니다. 한국 음식을 하나씩 배워가면서, 나 자신을 알아가는 느낌을 얻을 수 있었어요”
김순애씨는 지난해 한국 방문 중 먹은 맛깔스러운 한국 음식이 그녀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가져올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고 털어 놓는다. 난생 처음 맛 본 간장 게장은 그녀의 혀끝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했으며, 비빔밥은 할 수만 있다면 매일 먹고 싶은 맛이었다. 고급스러운 맛의 신선로 등 궁중음식은 물론, 매콤 쫄깃한 떡볶이 등 화려하게 펼쳐진 서민의 길거리 음식까지, 끝없이 펼쳐진 한식의 파노라마는 그로 하여금 한식의 세계화에 발 벗고 나서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 요리를 좋아하지만 아직 생소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김순애씨는 “현재 한국 정부가 펼치고 있는 ‘한식의 세계화’에 참여하고 싶다. 먼저 한국 음식을 제대로 배우고, 그 다음에 미국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요리책으로 소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계 모든 곳이 나의 고향
첫 번째 책이 나온 이후 입양아로서 과연 고향(home)으로 가는 길을 찾았는지 궁금해졌다. 지난해에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대답했던 그가 이번에는 “찾은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이전에는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I don’t belong anywhere)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나는 어느 곳에든 속한다”(I belong everywhere)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둘 다 거처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동일한 문제를 갖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어디를 가든 고향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순애씨는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경험을 되풀이 하고 있는 다른 입양아들에게도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책을 쓰면서 미국에만 해도 정말 많은 입양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그는 “요즘은 G.O.A’L(해외 입양인 연대), AKA(한인 입양아 연합) 등 관련 단체도 많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졌다”며 “희망을 버리지 말고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뿌리에 대한 갈망
김순애씨는 빠른 시일 내 한국에 다시 돌아가서 ‘제대로’ 부모를 찾아보려고 한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생부모를 원망해 본 일이 없다는 그는 “누구도 자식을 버린 행위에 대해 아무런 비난, 평가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저 “생부모가 살아 계셔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담담히 말하는 그는 “내가 잘 지낸다는 것을, 또한 자식을 버리는 것도 사랑의 한 가지 행위라는 것을, 또 그들이 평안하기를 내가 원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털어 놓았다.
그는 블로그 www.kimsunee. com에 KBS와 함께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올렸다. “혹시 나를 알거나, 나의 부모님을 아는 사람들이 이 기사를 보고 연락해 주기를 바란다”며 꼭 부모를 찾지 못하더라도 후회가 없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뿌리에 대한 갈망을 내비췄다.
김순애씨의 회고록 ‘서른 살의 레시피’(Trail of Crumbs) 영문판(위)과 한국판.
■ 김순애씨는 1973년 3세의 나이에 한국 인천의 한 시장에서 엄마에게 버림 받은 뒤 미국 뉴올리언스로 입양돼 열일곱에 집을 떠나 유럽으로 무대를 옮긴 뒤 여류 소설가로 성공, 스웨덴에서 고급 화장품 회사 ‘록시땅’의 사장 올리비에 보쏭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서던 리빙’(Southern Living), ‘코티지 리빙’(Cottage Living)이라는 생활, 요리 잡지의 푸드 에디터로 활약하다 회고록 ‘Trail of Crumbs’를 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순애씨는 현재 한국 방문의 기억과 한국 문화와 요리 등을 주 ‘재료’로 두번째 책을 집필 중이다.
<글 홍지은·사진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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