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는 딸이 좋아하는 남자친구를 집에 데리고 온다고 해서,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남자일까 하는 궁금증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자기 나름대로 딸과 어울릴만한 근사한 청년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다.
드디어 저녁 식사 때. 시간에 맞춰 집에 들어 선 청년은 현관에서 자기 신발부터 똑바로 놓았다. 아주 섬세한 청년이구나 생각하며 돌아서 고개를 드는데 눈에 들어오는 건... 파마를 한 긴 머리를 뒤로 젖히고 눈썹까지 오는 앞머리, 달랑거리는 귀고리를 보니, 여자가 아닌가 잠시 눈을 비빌 정도였다.
‘그런데 아니 우리딸보다 손도 더 곱고, 얼굴도 화장을 했나 더 예쁘잖아... 기가 막혀... 저렇게 생긴 놈이 감히 내 딸을 데려가겠다니..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 라고 한탄했다.
그녀는 가까이 있는 친구가 하던 말이 귀에 맴돌았다. “요즈음은 꽃미남 시대야. 텔레비젼에 보던 ‘꽃보다 남자’ 프로그램 생각나지. 중학생들도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거기서 F4 라고 하던 준표의 이민호, 김준, 김범, 김현중 모르면 간첩소리 듣는다고 얘기했다. 그들은 사람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며 새로운 유행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 결과로 성형을 하는 남자들의 숫자가 많이 늘어나고, 눈, 코, 입 뿐만 아니라 지방흡입수술, 안면 윤곽수술, 심지어는 전신 성형까지 받는다며 어떤 병원은 손님의 30%가 남자라니 정말 놀랄 일이다.
그 옛날 더벅머리에 꾸밈없는 그리고 아무거나 대충 걸친 패션이 더 이상 수수하고 남자다운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젊은 아이들 말로는 게으르고 센스 없으며 자신을 아낄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일반 보통의 남자들도 촉촉하고 섹시해 보이는 립밤을 사서 쓰고 몸에 바디 그리터링을, 숫검댕이 눈썹을 만들기 위해 눈썹연필은 기본이라고 했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 사람은 앞에서 봐도 또 뒤에서 봐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남자가 귀걸이를 달고 화장을 진하게 하고 다니니....하기는 중세의 기사들도 그들만의 매력을 나타내기 위해 몸에 문신을 새기고 화려한 갑옷을 입고서 여인들의 눈길을 끌려고 했었지... 참 더 오래전에는 남성은 치장보다 들판에 나가 먹이사냥을 잘하면 여성들에게 어필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근육으로 식량을 해결하지는 않고, 사냥한 짐승대신에 두둑한 월급봉투를 집에 가져오면 어깨를 펴고 큰소리치는 세상이 되었으니까...
오래전 외모에 신경 쓰는 것이 남성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는 구닥다리 얘기고 오히려 자기 외모에 신경을 쓰다 보니 아도니스(Adonis) 콤플렉스(현대 남성들이 자신의 외모가 얼짱 몸짱이 아니라는 열등감으로 우울증이 생겨 나는 것을 말함-아도니스의 어원은 사랑과 뷰티의 신에게서 사랑받는 남자)까지 걸리게 되었다.
누군가 얘기했듯이 생물학적 성(性)은 전능하신 하느님이나 부모가 결정하지만 사회적인 성은 사회와 시대가 결정한다. 이런 모든 변화는 남자들의 가부장 문화가 억압된 삶에서 벗어나서 인간의 아름다움을 찾겠다는 욕망 때문에, 세월 따라 차차 변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꽃미남 신드롬은 남성 진화의 한 면인지도 모르며, 마초 이미지보다는 뽀오얀 피부에 손가락 긴 남자들이 귀걸이를 달고, 인형같이 예쁘게 걸어다니는 꽃미남 전성시대도 좋지만, 이제 총 들고 나가 나라를 지키는 것은 누가할 지 미래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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