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는 변화가 가장 선명한 계절 속에 하늘도 높고 푸르다. 나무들은 오색단풍으로 곱게 옷을 갈아입으며 화려함을 펼쳐내고 있고 성급히 낙엽 되어 떨어져 뒹구는 모습은 보면 애처로워 가슴 젖어오는 낭만의 계절이 가을 안 깊숙이 들어와 자리잡고 있다.
서늘하게 불어주는 바람도 여운을 남기라하는 날 가벼운 재킷을 걸치고 단풍과 어우러진 가을날의 산행에 나섰다. 어느 누가 처음 이 산에 올랐기에 어설픈 낯선 산행에 길을 잃을까봐 가는 길 곳곳 나무에 페인트칠로 표시해놓아 길 잃을 염려 없이 졸졸 흐르는 냇물을 가로지른 징검다리를 건너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 헐떡거리는 숨을 몰아내자면 바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빠른 걸음으로 쉽게 내려가고 또 언덕을 만나 쭉 오르다 보면 머리위로 툭툭 소리 내며 떨어지는 도토리의 세례를 받기도 하고 오색물결 단풍사이로 찬란한 햇살이 나무 사이사이를 비집고 반겨준다. 가슴을 펴고 팔을 힘차게 저으며 고개를 바로 들고 힘찬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두툼한 꼬리를 마구 흔들며 지천으로 깔린 도토리 알을 양손에 쥐고 오물거리는 다람쥐의 재롱이 얼마나 귀엽던지.
정겹게 울어대는 갖은 새소리의 지저귐은 산행에 더욱 상쾌함을 안겨주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에 꽃피우다보면 어느새 한 시간을 걸은 거리에 와 있어 더 이상이 아닌 종점으로 정한다. 그만 몸을 돌려 오던 길로 바로 발걸음의 속도를 조금 늦추다보면 뒤쳐져 따라오던 일행들과 만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되고 준비해온 먹거리를 꺼내 길게 쓸어져있는 통나무에 엉덩이를 부치고 먹는 재미도 솔솔하다.
되돌아 산을 내려올 때면 오를 때보다 쉽게 발걸음도 가볍고 근력운동, 유연성 운동, 유산소 운동으로 등에 땀이 촉촉이 젖어들고 ‘야호’하고 이쪽에서 소리쳐대면 저 켠에서 응답하는 ‘야호’ 의 발랄한 목소리가 나이를 초월한 동심의 세계를 넘나드는 삶의 활력소가 넘쳐나는 2시간 속의 산행은 충분한 만족감에 젖게 한다.
신기하게도 넓게 펼쳐진 맑은 호숫가엔 죽은듯한 시커먼 나무기둥들이 우뚝우뚝 서 있어 아직도 생명이 남았나 의문이 생기지만 이채롭게 단풍과 어우러진 한 폭의 가을만이 그릴 수 있는 아름다운 색채의 이미지가 샘물처럼 속구 친다. 널따란 들판의 펌킨(호박)밭은 둥글둥글한 얼굴들을 환하게 내밀고 수확의 날을 기다리듯 풍년의 황금빛을 뽐낸다.
몇 년 전 10월의 고국 방문길에 설악산 오색약수터를 찾은 적이 있다. 그날은 가뭄의 영향으로 약수는 메말라 있어 약수 맛을 못 본 아쉬움이 남지만 대신 울산바위와 범 바위가 손짓을 하고 방울만한 다람쥐와 산 까치가 마중 나오는 호숫가는 한 폭의 그림으로 지금도 눈에 삼삼하다. 설악산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내려다 본 그날의 오색물결 단풍은 마치 카펫을 가지런히 깔아 놓은 듯 마구 뛰어내리고 싶었던 충동은 잊을 수 없는 멋진 황홀한 설악산 단풍 추억으로 영영 잊지 못한다.
추억이 아름다운 것도 어쩌면 살아가는 데에는 희망에 버금가는 요소가 아닐까. 함께한 친구들과의 가을날의 산행은 허전하고 쓸쓸한 사람들까지도 사랑으로 포옹하면서 삶의 무게가, 모서리가 느껴지지 않는 귀한 오늘 후회 없는 색깔로 이쁘게 칠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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