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최대 극장 체인인 빅 시네마스가 미국에 진출했다. 미국에서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고 평균 소득이 높은 인도계 시민들을 대상으로 극장을 운영하기 위해서이다. 미국의 극장가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빅 시네마스 극장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18개월 전부터 미 전역에 개설된 18개 영화관에서 인도계 관객들은 자국 문화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고 있다. 빅 시네마스는 인도 커뮤니티에서 영화관람 뿐 아니라 고유 음식을 즐기고 지인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사교의 중심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고국 문화에 목마른 인도계 관객들 겨냥
인도계 숫자 많고 소득 높아 운영 순조로워
영화도 보고 향수도 달래는 친교장소로 인기
중가주 샌호세 다운타운의 유서 깊은 영화관 타운 극장. 금요일 아침 8시에 벌써 표가 매진되었다. 3개 스크린을 갖춘 영화관에는 12달러짜리 입장권을 산 관람객 500명으로 북적북적하다. 이들은 할리웃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다. 고국인 인도와 미국에서 동시 개봉되는 3개의 인도 영화를 보기 위해 몰려든 것이다.
81년 역사의 극장 로비에는 연인들, 어린아이 유모차를 미는 부모들 그리고 한 떼의 청년들이 밀려들고 극장 직원은 손님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 있다. 랏두라고 불리는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간식을 나눠주면서 타밀어로 “해피 디왈리”라고 말한다.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축하하는 힌두교 축제의 인사이다.
“AMC 극장에서면 남부 인도 영화를 상영하지 않지요. 이 극장이 우리에게는 유일한 선택입니다” 라고 시스코 시스템 사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수드하카르 데지레디는 말한다. 이 극장의 단골인 그는 어떤 때는 일주일에 두 번을 오기도 한다.
“인도계가 여기에는 너무 많아요. 수요가 엄청나지요”
지지부진한 미국 극장가에서 호황을 누리는 몇 안 되는 곳 중의 하나가 이곳이다.
인도 영화산업이 번창하면서 발리우드 배급사들과 인도 영화사들은 해외시장 진출에 고심해왔고, 특히 미국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미국 시장은 인도 영화의 해외 박스 오피스의 70%를 차지한다.
인도계는 미국에서 수적으로 급증하고, 소득이 높은 부유한 집단이다. 미 전국에서 인도계 인구는 250만명 정도. 북가주 베이 지역에만도 21만5,000명 정도가 거주한다. 이들 중 많은 수는 실리콘 밸리의 하이텍 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고국의 문화에 목말라 하고 있다.
그런 목마름을 해소시켜 줌으로써 돈을 벌겠다고 나선 것이 빅 시네마스다. 인도의 최대 극장 체인인 빅 시네마스는 뭄바이에 소재한 재벌기업 릴라이언스 소속으로 억만장자 아닐 암바니가 모회사 회장이다.
지난 18개월간 릴라이언스는 미전역에 18개 영화관을 개설했다. 대부분 인도 영화와 할리웃 영화를 상영하는 데 샌호세의 타운 극장 등 몇 개 극장은 오로지 인도 영화만을 상영한다.
빅 시네마스의 미국내 영화상영 스크린은 181개. 이로써 미 전국 극장 중 25위의 기업이 되었다. 빅 시네마스는 인도계와 다른 소수계를 고객으로 하는 미국 내 최대 극장 체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의 18개 극장 외에도 LA, 시애틀, 달라스, 휴스턴, 마이애미, 탬파 등지에 앞으로 6개 정도의 극장을 더 개설할 계획이다. 남가주에는 놀웍에 이미 빅 시네마스 극장이 하나 있다.
“미국에는 관객이 상당히 많은 데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빅 시네마스의 북미 지역 담당 책임자인 우다이 쿠마르는 말한다.
이제까지 인도 영화는 번듯한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했다. 인도 영화는 미국 시장에서 뒷전으로 밀리다보니 열악한 환경에서 상영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다 쓰러져 가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느니 집에서 DVD를 빌려서 보는 것을 선호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즐길 만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빅 시네마스는 1,2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대부분 개인 소유인 작은 영화관들을 사들여 보수하고 디지털 프로젝터와 음향 시스템을 새로 설치하고, 좌석을 현대식으로 바꾸고 인도 음식을 파는 매점을 설치하는 등이다.
예를 들어 뉴저지, 노스 버겐의 12개 스크린 멀티플렉스에는 봄베이 카페가 있다. 여기서 관객들은 인도 특유의 음식들을 즐길 수가 있다. 시카고 교외, 나일스에 새로 꾸며진 극장은 풀 서비스 인도 식당과 바, 라운지까지 갖췄다.
미국 시장에 대해 경험이 부족한 릴라이언스는 피닉스 극장이라는 작은 개인 소유 기업과 합작 으로 빅 시네마스를 운영하고 있다. 극장 기업 리걸 시네마스에서 중역으로 일했던 필 자체레티가 세운 회사로 빅 시네마스의 매일 매일의 운영상황을 감독한다.
미국의 주요 극장 체인들도 때로는 발리우드 영화를 상영한다. 하지만 빅 시네마스는 염려하지 않는다. 인도계 시민들이 빅 시네마스에 가서 누리는 것은 영화 관람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극장 로비에서 인도 음료와 음식도 맛볼 수 있고, 친지들이 모여 담소할 수도 있어 단순한 극장이 아니라 사교의 중심이 되고 있다.
릴라이언스 같은 거대 기업으로 볼 때 미국 내 극장 체인은 아직 양동이의 물 한방울 정도이다. 빅 시네마스는 연간 2,5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수준이다. 극장 리모델에 자금이 많이 투자 되어서 내년까지는 이득을 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릴라이언스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빅 시네마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릴라이언스의 전 세계 극장을 총괄하는 아닐 아르준 사장은 앞으로 빅 시네마스를 기반으로 미국 내 인도계 디아스포라에 영화 외에도 각종 상품들을 내놓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화도 인도 영화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른 소수계 관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영화들도 상영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일리노이의 나일스 극장에서는 한인들을 위한 한국영화, 그리고 폴란드와 러시아 주민들을 위한 그들의 영화를 정기적으로 상영하고 있다. 인도계 뿐 아니라 다른 소수계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사업 가능성도 타진해 보는 것이다.
(LA 타임스 -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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