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철 정신과 의사 윤동주 문학사상회 워싱턴지부 회장
얼마 전 서울에 갔을 때 거리의 간판들이 외국어로 많이 쓰여 있는 것을 보았다. 눈길을 끄는 것이 광고의 목적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그렇게 천박스러운 글을 상점에 써 붙였는지 옆에 있는 아내에게까지도 민망할 정도였다. ‘미다해,’ ‘주월리 랜드,’ ‘어퍼 하우스’ 등등.
시내버스를 타고 있었기에 무엇을 파는 상점인지 못 보았지만 종로 어느 상점의 유리창에는 ‘싸게 파는 것도 죄가 되냐,’ ‘안 사면 통곡한다’는 문구도 있었다.
서울특별시 교육감이 이런 무질서한 외래어 간판이나 지나친 표현을 한 광고를 단속해 보겠다는 뜻은 없고 국제 중학교라는 명칭으로 법률에 명시된 의무 교육도 뒤로 제치고 특수 학교를 만들어 영어 교육에 몰두한다니 소위 요사이 유행하는 ‘세계화’한 방법인지 자기 앞날의 출세를 위한 아부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사실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언제가 신문에서 본 기억으로는 국무회의 석상에서도 아침 인사를 ‘굳 모닝’한다니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 한심스런 일입니다.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신드롬,’ ‘런치 스페셜,’ ‘웰빙,’ ‘노하우,’ ‘프로필,’ ‘뚜레주르’ 등 지적하자면 끝이 없다. 방송에서는 짧게 해야 할 발음과 길게 해야 할 발음을 혼돈 하는 경우까지 합한다면 정말 한글 교육은 캄캄하다.
최근 세종대왕의 동상 옆의 꽃밭을 ‘플라워 카펫(Flower Carpet)’으로 명명했다니 우리 세종대왕께서 그곳을 보실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하실까 궁금하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동의한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 하는 것은 언어의 변화가 아니고 외래어의 몰상식한 남용을 문제 삼고 싶다.
‘안녕히 주무셨어요’하는 우리 아름다운 아침 인사가 ‘좋은 아침’으로 둔갑해서 사용되고 있는 상태를 한심스러워하는 것이다. 조금 지나면 ‘좋은 저녁’하고 밤 인사를 할 손자들을 만날 것 같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야심찬 대북 정책을 ‘그랜드 바겐’으로 표현하고 북한의 대남정책을 설명하면서 청와대의 높은 분이 “패러다임 쉬프트”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들으면서 이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지도자들부터 시작해 온 국민이 영어를 사용하는데 정신이 없을까.
어느 분의 글에 의하면 한국에서 영어를 꼭 해야만 할 직업은 전체 인구의 5%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왜 온 국민이 훌륭한 한글은 뒷전에 두고 영어에만 관심을 두는가? 일제의 그 지독한 한글 말살 정책에도 곱게 살아남은 우리 한글을 왜 자진해서 영어로 바꾸려고 하는가?
대부분의 현재 위정자들이 일제 식민지 시대에 한글 말살 운동을 겪어보지 안 했어도 제대로 독서를 한 지식인들이라면 알퐁스 도테의 ‘마지막 수업’을 읽으면서 정의감에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있으리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아벨’ 선생님의 눈물과 분노 그리고 사랑으로 점철된 다음과 같은 마지막 강의를 기억할 것이다.
“한민족이 노예시대가 되었을 때 제 나라 말을 잘 간직하고 있다면 감옥의 열쇠를 갖고 있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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