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경조 미주베트남참전유공전우 총연합회 사무총장
행사 전날 워싱턴에는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다. 초행길의 우리 일행은 퍼레이드 준비에 만전을 기하여 판초 우의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막상 뉴욕에 도착해 보니 날씨는 약간의 바람만 불 뿐 퍼레이드 하기에는 쾌적한 날씨였다. 뉴욕에 거주하는 어느 참전 전우의 전언에 따르면 년 전에는 날씨가 추워서 매우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멀리 워싱턴에서 온 많은 전우들의 행운을 가져온 것 같다는 덕담을 전했다.
뉴욕 5번가 중심가를 따라서 워싱턴에서 출발한 우리 회원들과 뉴욕, 뉴저지 주에서 모인 일행들은 제법 큰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전의 뉴욕 베트남 참전전우회 단독 퍼레이드 참가에 비하면 대형 배너 3개가 동원된 이번 행사는 제법 짜임새가 있었다며 많은 뉴욕 전우들의 칭찬과 찬사가 쏟아졌다.
거대한 민간 외교관들이 된 기분으로 우리 일행은 시가행진 순서를 기다리며 5번가와 20번가가 만나는 골목에서 2시간 이상을 대기하고 있었다. 바로 우리 앞에 대기 중이던 캐나다 출신 베테랑들은 유명한 스코틀랜드 전통 복장을 하고 전통 악기를 연습하며 지루할 뻔 한 우리의 대기 시간을 즐겁게 해 주었다. 이 또한 우리의 행운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바로 뒤에는 옛 자유중국 ‘대만’팀이 국기와 배너를 든 노병 베테랑들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 순번이 80번 정도 된다고 어느 뉴욕 전우가 전했다. 그 말은 각 퍼레이드 단체가 80여 골목에서 기다린다는 뜻이다. 우리 팀 뒤에도 많은 팀들이 기다리고 있다니 그 퍼레이드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때마침 우리 일행의 선두가 움직였다.
5번가에 모여든 많은 뉴요커들과 관광객들로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가 확 느껴졌다. 갑자기 관람객 사이에서 악센트가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머리를 돌려 보니 어느 흑인이 양 손을 흔들며 계속 ‘감사합니다’를 연호하고 있었다. 조금 지나다 보니 계속해서 ‘Thank You!” 소리가 들렸다. 인종을 추월하여 남녀노소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많은 뉴요커들이 박수로 환영했다. 그중의 압권은 어느 교포 아줌마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연호하고 있었다. 감격의 순간이었다. 모든 베테랑들은 소중하다. 그중에서도 우리 베트남 참전전우들의 복장과 모자 등에서 자랑스런 참전로고와 배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민간 외교관이 된 기분이었다. 태극기가 자랑스러웠다.
퍼레이드 도중 갑자기 왼쪽 단상 중계석에서 남녀 진행자가 우리 팀의 대형 배너를 보았는지 워싱턴에서 온 코리안 베트남 베테랑팀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미 전국에서 생중계되는 TV 방송이 아닌가 생각됐다. 상기된 기분으로 퍼레이드는 막바지에 이르렀고 우리 퍼레이드는 64번가에서 끝났다. 어림잡아 40블락 이상의 강행군이었다. 태극기와 성조기의 물결 속에 잠시나마 애국자가 된 기분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고 모든 전우들이 느꼈을 것이다.
퍼레이드가 끝난 뒤 뉴욕 전우회에서 마련한 환영 만찬도 기억에 남는다. 그들의 정성에 고마움을 느끼며 귀가길의 버스에 올랐다. 워싱턴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행사 준비를 위해 수고한 한창욱 회장을 비롯해 모든 임원 여러분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아울러 내년도에는 미주에 있는 모든 전우들이 통합하여 단결된 모습으로 주류 사회에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단결만이 더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몸소 느낀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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