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S는 항상 웃는 사람이었다. 매일매일 야근을 할 때도, 골치 아픈 광고주가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원한다는 얘기를 할 때도 늘 기분 좋은 얼굴이었다.
일을 하다 지치고 힘들면 나는 그래서 선배 책상을 찾아갔다. 앉아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다보면, 그렇게 안 풀려서 속 터지던 아이디어도 잘 풀려갈 것 같았다. 그렇게 밉고 원수 같던 광고주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
특별히 내세울 히트광고도 없는 선배지만, 그는 항상 인기가 좋았다. 사람들이 항상 같이 일하고 싶어 했다. 미처 내가 못 보던 것들을 보게 해주고, 내 생각의 방향을 햇빛이 많이 드는 쪽으로 바꿔주는 것 같았다. 나는 선배의 생각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그 힘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몇해 전 한국에서 나온 한 신년 광고가 기억난다. 모든 일의 성패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사고와 자세에 달려있다는 작고한 현대 정주영 회장의 어록을 그대로 사용한 광고였다. 기업의 태도를 기업주의 철학을 통해 보여주면서 새해의 각오를 다지는, 그래서 보는 사람들까지 각오를 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오래된 광고이지만 누구나 기억하는 Think Different라는 슬로건의 애플 컴퓨터 광고가 있다.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움을 ‘생각을 다르게 하는’것으로 자리매김하여 더욱 참신하고 놀라운 것으로 기억하게 했다.
생각은 모든 일의 원동력이다. 일을 망치거나 끝이 안 좋을 때는 흔히들 ‘생각 없이’ 해서 그렇다던가,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아서’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모든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생각이 기본이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 나오는 한 일화를 보면 생각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1950년대, 영국의 컨테이너 운반선 한 척이 화물을 내려놓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한 항구에 닻을 내렸다. 한 선원이 짐을 다 내렸는지 확인하려고 냉동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고, 그때 그가 안에 있는 것을 모르는 다른 선원이 냉동실 문을 닫아 버렸다. 안에 갇힌 선원은 있는 힘을 다해서 벽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고, 배는 포르투갈을 향해 출발했다.
다행히 냉동실 안에 식량은 충분했지만 선원은 자기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쇳조각 하나를 들고 냉동실 벽에 자기가 겪은 고난의 이야기를 시간 별,날짜 별로 새겨 나갔다. 코와 손가락, 발가락이 꽁꽁 얼고 몸이 마비되는 과정부터 자기의 온 몸이 조금씩 굳어지면서 하나의 얼음 덩어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기록했다.
배가 리스본에 도착하여 냉동 컨테이너의 문을 연 선장은 죽어 있는 선원을 발견했고, 벽에 꼼꼼하게 새겨진 고통의 일기를 읽었다. 그러나 냉동실의 온도계는 섭씨 1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화물이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항해 내내 냉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선원은 단지 얼어 죽게 되었다는 자기 혼자만의 상상, 생각 때문에 죽었던 것이다.
2010년이 시작되었다. 여전히 경기는 힘들고 월급은 오르지 않을지도 모르고 생각지 않은 일들이 터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360도 다를 것이며 남들이 뭐라 해도 잘 나가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똑같은 상황,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했을 때 이기는 것은 생각의 힘이라는 것을, 다시 만나고 싶고 일이 없어도 찾게 되는 사람은 건강하고 긍정정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정민/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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