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신문에는 인기 배우들이 자살을 하였다는 뉴스가 올라온다.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의 사망소식은 여러 사람들을 슬프게 만든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극중의 인물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그들의 자연스럽고 실감나는 연기 때문일 것이다. 인기있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나, 그것을 촬영하였던 장소를 보려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많이 있다. 그것은 드라마의 줄거리가 우리의 생활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아서 그 스토리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이리라. 때로는 극중의 인물과 연기자를 동일시 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연속되는 드라마를 보는 동안, 주인공에게 매료되기도 하고 극중의 인물을 미워하기도 한다.
그토록 실감나는 연기를 할 때에 배우들은 어떠한 기분으로 그가 맡은 인물을 연기하는 것일까. 얼마나 배역의 감정에 충실하였으면 그토록 실감나게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한 감정의 몰입은 드라마가 끝날 때 까지 진행 된다. 그래서 연기자들은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다시금 평소의 감정을 되살리고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 가는 시간이 필요 할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에15분 짜리 단막극을 교실에서 진행한 적이 있었다. 내가 맡은 배역은 거처가 없어서 이집 저집의 대문을 두드리고 잠자리를 구걸해야 하는 한 마리의 작은 새였다. 아무도 나에게 친절하지 않았으며, 결국 잠자리를 얻지 못해서 슬퍼하는 그 연극의 주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연극이 끝난 다음, 나는 실제로 모두에게 버림받은 사람처럼 우울하고 슬퍼서 교실의 한 구석에 앉아 있었다. 학급의 친구들은 그러한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때의 감정과 기분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나의 머리 속에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연속극을 볼 때 마다 그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감정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도 한다.
초등학교의 교실에서 있었던 이 단순하고 짧은 연극이 그 때의 내 기분에 영향을 미쳤다면,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배역을 맡아서 사실처럼 연기하는 배우들의 감정과 기분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자살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흔히 어떤 감정에 오랫 동안 빠져들게 되면, 그의 행동에도 영향을 받게된다. 그래서 슬픈 일을 당하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고, 기쁜 일이 생기면 마음이 들뜨고 행복한 표정을 밖으로 나타낸다. 그런가하면, 우리의 감정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하는 행동이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서 행동을 다르게 하는 것과, 여행을 하거나 색다른 곳에 갔을 때에 우리의 행동에도 평소와 다른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가 고교시절에 수학여행을 갔을 때였다. 고3이였던 우리 여학생들은 모두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함께 부르고 춤도 추면서 온 밤을 지새웠다. 평소에 얌전하던 모범생이나, 말썽을 부리던 문제 학생이나, 그날 밤에 보여준 우리들의 행동은 모두 같았다. 인솔하시던 선생님들은 그 설명할 수 없는 우리들의 태도 때문에 얼마나 당황했었던가 라고 말씀 하시기도 하였다. 그것은 아마도 그 날의 분위기가 우리를 그렇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살펴보면, 행동과 마음은 언제나 함께 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음이 없는 행동도 없으며, 행동이 없는 마음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행동과 마음이 손을 잡고 함께 가는 관계라면, 우리가 다만 연기를 하는 것 뿐인 어떤 행동과 말 속에도 사람의 감정이 담겨진다는 의미이다.
아마도 그래서일까? 지혜로운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너의 말과 행실을 조심하여라’
마음을 다가듬고, 어른들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어 본다. 사람들의 감정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지 아니한가? 감정이 또한 사람의 마음속에 둥지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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