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 몇사람과 한국식당에서 오랫만에 점심을 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 모두 외지에서 온 세사람이 점심을 하며 고향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러시아가 멀지 않은 함경도 출신 한국 사람이고 백인 친구는 뉴햄프셔에서 출생하여 남부에서 살다가 여러해 전에 오클랜드에 정착했다. 그리고 부동산 부로커인 다른 친구는 남 부럽지 않은 사업체를 갖고 있는 기업인이다. 노스 캐롤라이나가 고향인 이 흑인 여자는 두번째 결혼이지만 행복한 가정을 갖고 있다. 그는 매년 고향에 가서 패밀리 리유니언을 하는데 이제는 직계 가족만 150명이 모여 잔치를 한다고 자랑 한다. 그 일대는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에서 볼 수 있는 플렌테이션이 있는 곳이고 목화재배가 주 농작물이라고 한다.
그녀의 가족은 그곳에서 몇 백년은 살았다고 한다. 남북 전쟁에 관심이 많은 나는 19세기의 정치와 사회상을 이야기 하다가 흑인 문제로 대화를 옮겼다. 당시 미국의 200만의 흑인 인구는 대부분이 남부 농장의 노예였다. 그중에 10%인 20만이 북군에 지원입대 하였다. 인종 차별을 받으면서도 용감하게 전투를 하여 북군승리의 일익을 담당하였다. 어떤 때에는 북으로 탈출한 노예가 북군이 되어 예전 노예주를 체포하여 북군에 이첩 하기도 했다. 북군의 승리를 보던 남군도 로버트 리 장군 휘하에서 흑인 노예들을 군대에 받아 들이려 했지만 주위의 반대와 흑인들의 참여도가 높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로 당신의 조상은 전쟁 당시 북군에 지원 했느냐고 물었다.
한참 있다가 고개를 흔들며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하며 자기 가족의 비밀을 털어 놓는다. 자기 형제가 14명이라고 한다. 어머니가 13살에 자기를 낳았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많은 남부 흑인들이 노예에서 해방은 되었지만 백인의 소작농으로 남았다. 백인 집안 에서 일을 하는 하인들은 백인과 혼혈인 피부가 흰 흑인이었다. 그들은 주인집 백인 남자와 흑인 하인 사이에서 낳은 사람들이고 성도 주인 것을 따르는게 관례였다. 자기 어머니는 할머니와 함께 하인이었다. 할머니는 자기 아버지가 누구인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밝히지 않아서 어린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고 한다. 자기 흰 피부색 때문에 아버지가 백인이었을 거라고 막연히 알고는 있었다. 정작 아버지가 누구였나는 우리 물음에 자기 어머니가 일하던 집주인이 아니겠느냐고 너무 당연하게 이야기한다.
이런 일이 남부에서는 비일비재 했다. 이제는 세상을 떠난 남부 인종우월주의자의 상징이었던 스트롬 터먼 상원의원도 흑인 하녀와의 사이에 딸을 둔 게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밝혀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아직도 흑인 가정은 대부분이 여자가 이끌고 있다. 흑인 남자들은 가장으로서 역활을 노예 때 잃어버렸다고 한다. 가족이 노예로 팔려갈 때 그리고 노예주한테 자기 아내나 딸이 겁탈당할 때 그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비굴한 생활에서 오는 무기력함이었을 것이다. 이런 분노가 1960년대에 민권운동과 함께 백인 사회와 대결하는 흑인 운동으로 번지고 있었다. 참 어두운 미국 역사의 한 면이다.
그리고 우리는 점심을 다하고 그녀를 다시 보았다. 그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아버지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우리 상식으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녀는 한다. 전주 이씨 누구파의 몇대 손이라고 어려서부터 귀가 닳도록 들은 나에게는 조상이 누구인지 모른다는게 그저 놀랍기만 하다. 마음 속에 담지 않고 가정의 어두운 이야기를 나누며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대범하고 긍정적인 면을 그녀에게서 본다. 이런 면이 용서와 화해 로서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어울려 옛것은 뒤로 하고 내일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일에 한 몫을 하여야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