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일 선거는 연방 상하원, 각주지사와 주 상하원 등 현 민주당 정권의 중간 평가를 하는 때이기도 하며 차기 대통령 선거의 포석을 다짐하는 선거였다. 연방 선거에서 하원은 민주당이 공화당에 졌으나 상원은 다수를 유지하여 큰 견제를 받지 않고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 이번에 공화당 내에서 티파티 후보자 들이 지도층에 반기를 들기도 한 이색적인 선거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여러번 대통령직을 넘보던 제리 브라운이 거의 20몇년만에 다시 주지사가 되었다. 오클랜드 시장 승패는 투표한 지 8일이 지난 수요일 밤에 발표되었고 진 콴후보가 당선되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제리 브라운이나 진 콴이나 선거자금에서는 상대 후보의 근처도 가지 못했다. 천문학적인 자기재산을 쓰고도 낙선한 메그 휘트만이 있는가 하면 가주 상원의장 등 여러 요직을 거치고 경찰과 소방관 노조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던 단 페라타를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처음 투표 결과는 진 콴후보가 약 10%지고 있었으나 이번에 처음 실시된 차기후보 선택 때문에 결과는 역전되었다. 진 콴과 그의 운동원들은 선거구역을 방문하며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후보자에게 표를 찍되 두번째 세번째로는 진 콴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한 것이 주효했다. 득표율 50% 미만 후보는 자동 탈락되고 그들의 표는 선택된 후보에게 가게 되었다. 결과는 역전되어 51대 49%로 단 프라타를 물리치고 진 콴이 차기 시장이 되었다.
미국에서 41번째로 큰도시 시장이 된 진 콴은 이번 당선 소감을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에 비교하며 어렵게 성장한 그의 배경을 밝힌다. 그의 가족은 오클랜드에서 100년 이상 살았다고 한다. 가난한 그의 부모는 평생 식당에서 호텔에서 그리고 봉제 공장에서 일을 했다. 지금처럼 돈을 싸들고 오는 이민이 아니었고 외국에서 온 헐벗고 못사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5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퍼브릭 스쿨을 거쳐 버클리대학에 장학생이 되었다. 어렵게 자라며 목격한 사회의 부조리가 그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한 일에 앞장서게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버클리에서 아시안 스터디 프로그램 개설에 앞장을 섰고 아시아 학생 조직을 만들었다. 대학 다니며 차이나타운과 흑인 지역인 웨스트 오클랜드에서 방과후 학생들을 지도했다.
노동조합의 조직책이기도 했던 그는 교육위원에 세번이나 당선되고 공립학교를 위하여 7억불의 기금을 마련하는 등 그의 정치 지도자로 자리 메김을 했다. 그 결과로 전통적인 백인 구역에서 시의원에 당선되는 이변을 가져 왔다. 그가 처음 출마했을때 유권자들은 그를 탐탁찮게 생각했었지만 지난 8년간 커뮤니티를 위한 지도력이 인정되어 시장에 당선되었다. 돈이 많고 능수능란한 그의 경쟁자에 비해 정치 자금은 10%밖에 쓰지 않고 그와 뜻을 같이하는 많은 자원 봉사자와 함께한 Block by Block 선거 전략이 주효했다. 동네마다 거리마다 그리고 가가호호를 방문한 민중조직(Grass Roots)이 그의 장점이었다. 그리고 커뮤니티가 합친 힘의 중요함을 이번 선거가 다시 보여 주었다. 결과는 미국 대도시에서 처음 있는 아시아 여성의 쾌거다.
이번 선거가 우리에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돈으로 밀어 부치려고 했던 메그 휘트만이나 단 페라타 같은 후보들이 뜻을 같이 하는 민의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준비 없는 출마보다는 지역 사회에 봉사하며 능력을 키운 다음 출사표를 던지는 지혜도 생각하게 한다. 역시 인생은 질러갈 수 없는가 보다. 어제 있은 진 콴 당선자 축하 모임에 다녀와서 그동안의 수고를 서로 위로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앞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시장에게서 오클랜드의 밝은 미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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