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부에 자리 잡고 있는 짐바부웨이 수도 하라리에 한 주택가의 원주민 집에 거주지를 정했다. 한 일요일 가족 나들이로 차로 한 시간 걸리는 주인아저씨의 어머님이 사시는 쿠무샤에 가자고 했다. 쿠무샤는 아프리카 남부에서 널리 쓰이는 샤나 부족의 말로 고향집이라는 뜻이다. 수레 같은 덜컹거리는 작은 차에 여섯 명이 빽빽이 탔다. 하라리를 벗어나니 넓은 평야였다. 그 넓은 땅에 드문드문 헛간 같은 집들과 그해 많이 내린 비 탓에 푸릇푸릇한 덩굴 같은 숲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날씨는 쾌청하고 이곳의 날씨로는 겨울에 접어들기 직전이다. 약간 선선한 기분이었다. 맑은 하늘에 뭉실뭉실 떠있는 하얀 구름이 이곳 사람들처럼 한가하고 평화스럽게 보였다.
둥근 지붕과 벽으로 된 초가집 앞에 도착하자 머리에 화려한 수건을 얹고 반질반질하고 매끈한 까만 피부에 쭉 뻗은 키며 다리가 길고 곧곧한 작대기 같이 가는 체격을 한 부인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할머니라 불리지만 너무 건강해 보였다. 그분은 걸어서 두시간정도 떨어져 있는 천주교회에 다니며 거의 매일 네 시간을 건든다고 했다. 말수도 별로 없고 너무도 인자하게 보이는 얼굴을 쳐다보는 순간 나도 무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져 정면으로 대할 수 없을 정도로 사무치는 알지 못할 감정을 참기 힘들었다.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님이 그리웠다. 수만리 떨어진 낯선 곳에 와서 평생에 만난 적 없는 아프리카 흑인 할머니를 보고 왜 그렇게 감동적이었는지 지금도 그 미지의 순간을 이해하기 어렵다. 사람의 인연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댁에 가면서 아프리카에서 귀한 쇠고기 두어 근을 갖고 갔다. 할머니는 고기와 야채 그리고 밥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고 둥근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방 한 칸으로 되었고 가운데 화덕 불같이 불을 지피고 그 위에 음식을 끓인다. 오랫동안 연기에 그을어 온 내부가 새까맣게 반질반질하고 벽을 돌아가며 토방같이 높여져 있어서 그 위에 의자처럼 걸터앉게 되어 있었다. 문 없는 입구가 하나뿐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감격적인 순간을 자제하며 화덕불 앞에 앉으니 주위환경이 평화스러웠고 그동안 여정에 피곤도 하여 잠이 들고 말았다. 군고구마 냄새에 잠이 깨니 점심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한다. 이방에 들어오기전 설거지물과 행주를 보았더니 별로 입맛이 없어 고구마에 먼저 손이 갔다. 나는 원래 고구마를 무척 좋아하지만 이렇게 맛있는 고구마는 처음이다. 하라리에 도착한 후로 거의 매일 시내 호텔에 가서 낯익은 음식을 하루에 한 끼 먹고 그 외에는 과일로 하루를 채웠다. 오랜만에 입이 가뿐했다. 할머니는 또 밭으로가 붉은 흙이 묻은 주렁주렁 달리 고구마 한 자루를 캐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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