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샤핑을 가서 종종 겪는 고충이 있다. 몸에 딱 맞는 옷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가게에서는 사이즈 4가 맞는 데 다른 가게에 가면 사이즈 8이 맞고, 또 다른 가게에서는 사이즈 10을 입어야 한다. 체중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사이즈가 자꾸 바뀌니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사이즈에 자존심 거는 여성심리도 일부 영향
과거 사이즈 10이 요즘은 사이즈 4로 바뀌어
딱 맞는 사이즈 찾아주는 전신 스캐너도 등장
마이베스트핏의 스캔을 받은 여성들이 컴퓨터로 결과를 보고 있다. 브랜드마다 사이즈가 제각각이어서 고객들이 불편을 겪자 보다 정확한 사이즈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한 여성이 전신 스캐너를 통해 스캔을 받고 있다. 스캔 결과에 따라 고객에게 잘 맞을 브랜드와 사이즈를 알려준다.
맞는 사이즈를 못 찾아서 여러 사이즈를 입었다 벗었다 하고, 샀다가도 왠지 불편해서 반환하고 하는 번거로움은 많은 여성들에게 익숙한 문제이다. 맞춤복 시대에서 기성복 시대로 넘어오면서 만들어진 표준 사이즈는 절대로 ‘표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라인 샤핑 때는 아예 같은 옷을 사이즈에 따라 여러 벌 구입한 후 하나를 고르기도 한다.
이것이 한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보니 사이즈 문제를 해결하려는 회사들이 등장했다. 단순한 사이즈 대신 좀 더 세분한 레이블을 만드는 회사도 있고, 같은 디자인을 체형에 따라 다르게 만드는 회사도 있다. 그런가 하면 샤핑몰에 전신 스캐너를 설치한 회사도 있다. 스캔 후 소비자에게 각 브랜드 별로 맞는 사이즈를 알려주는 것이다.
“소비자가 샤핑을 가서 맞는 사이즈를 못 찾아 헤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좌절감에 빠지게 되고 그만큼 반품이 많아지게 된다” 고 전신 스캐너 아이디어를 고안한 창업자 타냐 셔는 말한다.
이렇게 사이즈 문제가 생긴 데는 미국민들이 인종적으로 점점 더 다양화한 데도 원인이 있다. 아울러 여성들이 사이즈 작은 옷을 입고 싶어 하는 욕구도 크게 작용했다.
지난 수년간 브랜드들은 사이즈를 바꾸어서 전에 사이즈 12를 입던 여성이 지금은 사이즈 10이나 8을 입게 되었다. 사이즈와 자긍심을 결부시키는 여성들의 심리를 이용한 브랜드들의 ‘허영의 사이즈’ 수법이다.
남성복에서는 치수가 보통 인치로 표시돼 분명하지만 여성복은 복잡하다. 허리 27인치인 여성을 예로 들어보자. 마크 제이콥스의 고가 라인을 산다면 그녀의 사이즈는 8이나 10이다. 치코에서 그녀의 사이즈는 000이 된다.
셔 사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베스트핏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샤핑몰에 전신 스캐너를 설치해서 몸의 치수를 정확하게 재어주는 것이다. 공항의 스캐너와 비슷한 데서 고객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필라델피아의 학생인 로렌 반브래클(20)은 지난 주말 샤핑 중 마이베스트핏의 스캔을 시험 삼아 받아보았다. 그의 옷 사이즈는 앤 테일러의 사이즈 0부터 아메리칸 이글의 6까지 천차만별이어서 샤핑하기가 쉽지 않다.
스캔을 해보니 아메리칸 이글의 한 스타일에서는 4, 다른 스타일에서는 6이 잘 맞을 것으로 나왔다. 그래서 그 제안에 따라 청바지를 입어보고는 감동을 받았다.
“기계가 단 30초 스캔하고는 지시를 내려줘요.” 스캔을 받으려면 옷을 입은 채 둥근 부스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약한 전자파를 방출하는 막대기가 몸 주위를 돌며 허벅지 둘레 등 몸의 치수 20만개 정도의 정보를 기록한다.
그리고 나면 시스템은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각 브랜드의 사이즈와 고객의 치수를 맞춰본다. 현재 마이베스트핏이 확보한 데이터베이스는 올드 네이비, 에디 바우어, 탈보츠 등 50개 정도 브랜드. 이어 소비자에게 가장 잘 맞을 브랜드들과 사이즈를 표시해 인쇄해 준다. 이에 포함된 브랜드는 마이베스트핏 측에 수수료를 낸다. 필라델피아 외곽의 샤핑몰에서 에디 바우어 매장의 매니저로 일하는 돈 토마스는 그 시스템이 샤핑객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고객들이 혼자 고르면 열에 아홉은 틀린 사이즈의 바지를 고를 겁니다”
그런데 스캔너가 사이즈를 정확하게 집어내기 때문에 시스템이 사이즈 4나 6이라고 하면 그대로 4나 6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고객은 시간을 절약해서 좋고, 가게 측도 마찬가지다.
셔 사장은 올해 안으로 동부와 캘리포니아의 샤핑몰에 13개 스캐너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사이즈는 반품의 주요 원인이 된다. 지난 2010년 1,940억달러 상당의 의류가 구매된 후 반품 되었는데 그 원인이 일관성 없는 사이즈 때문이었다. 이것은 전체 의류 구매의 8%가 넘는 양이다.
스캐너는 해묵은 문제에 대한 현대적 해법이다. 의류 역사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 알래나 줄리는 지난 1922년부터 지금까지 보그 광고에 나오는 드레스 사이즈를 연구했다. 그 결과에 의하면 옷의 사이즈는 수 십 년 동안 계속 변했다.
가슴둘레 32인치인 여성을 예로 들면 지난 1937년 시어즈 캐털로그 기준으로 그녀의 사이즈 는 14였다. 1967년 그녀의 사이즈는 8이 되었고, 오늘날 그녀의 사이즈는 제로이다.
사이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크리켓 리가 창업한 피트로직의 시스템은 여성의 체형을 세 가지로 나눈다. 체형이 밋밋한 형, 모래시계 형, 그리고 하체가 큰 형이다. 그래서 표준 사이즈와 체형을 둘 다 명시한 사이즈 시스템을 만들어 판매할 예정이다.
브랜드들이 자체적으로 사이즈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도 있다. 리바이스의 경우 지난 가을 커브 ID를 도입했다. 엉덩이 커브 정도에 따라 납작한 형, 반쯤 둥근 형, 불룩한 형 등 세가지 스타일이다. 이들 3개 스타일마다 수십개 사이즈와 색상, 몸에 붙는 정도에 따른 29개 유형을 만들었다. 그 결과 커브 청바지는 100만벌 이상 팔렸다.
이제는 의류 제조사, 소매상, 각 브랜드들이 함께 둘러앉아 체계화한 표준 레이블을 만들 때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소비자들이 레이블만 보고도 “이게 나한테 맞겠다”하고 고를 수 있을 만큼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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