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오는 차들은 굴러다니는 컴퓨터나 다름없다. 창문 여는 것, 내비게이션 지도, 연료 인젝터 등등이 모두 100개가 넘는 전자 시스템에 의해 컨트롤 되고 있다. 일본을 강타, 자동차 컴퓨터 부품 공장을 마비시킨 진도 9.0의 지진이 자동차 업계에 극심한 타격을 준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3월 11일 지진 이후 이 공장 생산 감소로 일본의 자동차 생산은 정상 때의 절반으로 줄었고 미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도 근근이 버티고 있다. 공장 관계자들은 직원들이 밤을 새가며 금간 벽과 무너진 천장, 망가진 부품들을 수리하고 있지만 생산 회복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차마다 부품 규격 달라 쉽게 라인 못 바꿔
연말이나 돼야 생산 정상으로 돌아올 듯
일본의 레네사스는 세계 자동차 칩의 40%를 공급한다.
일본의 나카 공장.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70마일 떨어진 이 공장은 레네사스 전자회사에 속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자동차 마이크로 컨트롤러’라 불리는 자동차 핵심 부품의 40%를 공급하고 있다.
PC라면 다른 공급자를 찾으면 되겠지만 자동차 칩은 모델마다 규격이 달라 쉽게 공급선을 바꾸지 못한다. 자동차 회사들은 레네사스가 하루 속히 생산을 정상적으로 재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회사 생산 담당 부사장인 쓰루마루 데쓰야는 “우리는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다”며 “하루 속히 공급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생산을 예정보다 한 달 빠른 6월 15일부터 재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생산량은 원 규모의 10%에 불과할 것이라며 언제쯤이나 완전 가동 될 것인지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이 회사는 지진 피해를 입지 않은 일본내 다른 공장으로 생산 라인을 옮기고 있다. 또 하도급 업체인 싱가포르의 글로벌 파운드리에게 제조를 맡기고 있다. 그럼에도 물량 부족 현상은 수개월 이상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6월에 생산을 재개해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전 세계 고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쓴 배너가 공장 건물에 걸려 있다.
직원들은 천장과 미세한 칩의 전자 회로에 먼지가 끼는 것을 막는 필터 장치 수리를 마친 상태다. 시험 생산에 들어갔고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10억 분의 1미터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 기계 장치의 수리를 하는 중이나 아직 작업이 끝나지는 않았다.
지진과 쓰나미로 망가진 공장은 물론 레네아스 하나만은 아니다. 도요타는 최근 전자 컨트롤러뿐만 아니라 고무와 페인트 등 150가지 핵심 부품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는 연말이나 돼야 생산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은 2,500여 명의 직원을 나카 플랜트라 불리는 레네아스 공장으로 파견, 수리를 돕고 있다. 자동차 회사만 이 공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복사기 제조회사인 리코도 여기서 칩을 공급받고 있다. 리코 측은 나카 공장이 제대로 복구되느냐가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마이콘이라고 불리는 마이크로 컨트롤러는 전자 컨트롤 장치의 브레인이기 때문에 자동차에서 극히 중요하다.
레네아스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이 회사가 세 세미콘 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히타치와 미쓰비시는 2003년 세미콘 생산업체를 합쳐 레네아스를 만들었고 지난 4월 NEC도 이와 합쳤다.
전에는 여러 자동차 회사가 서로 다른 곳에서 칩을 공급받았지만 이제는 모두 레네아스에서 물건을 받고 있다. 레네아스는 연매출 130억 달러의 세계 최대 세미콘 업체의 하나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상장 기업이기는 하나 주식의 90%를 NEC, 히타치와 미쓰비시가 갖고 있다.
나카 공장은 원래 히타치 소유였으며 1910년 자동차 생산 공장으로 세워졌다. 레네아스의 주요 경쟁자는 프리스케일과 ST마이크로엘렉트로닉스다.
마이콘은 서로 다른 디자인과 소프트웨어를 갖춘 전자 칩이다. 이는 자동차 회사들이 서로 다른 디자인을 해온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자동차 전자 부품 산업도 그렇다. 전자 부품 전문가인 탐 스탄스는 “마이콘은 작지만 중요한 차이점들이 있다”며 “이 때문에 부품을 교체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바꾸는데 최소 6개월이 걸린다는 것이다.
여러 칩에게 지시를 내리는 특화 소프트웨어가 특히 문제다. 히타치에서 한 때 전자 제품 생산을 담당했던 나카무라 도모아키는 “차마다 소프트웨어가 달라 같이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호환성 결여는 PC 산업이 발전해 온 것과 대조를 이룬다. PC는 디스크 스토리지나 메모리 칩, 마이크로프로세서나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같은 소프트웨어가 모두 공용이다. 최근 애플이 만든 매킨토시 소프트웨어가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기는 하다.
최근 미국과 유럽,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은 기술을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콘소시엄을 만들었다. 두 주요 그룹인 오토사와 제니이 연합은 소프트웨어와 전자 장비, 정보 시스템을 공통으로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번 일본 위기로 이같은 작업에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자동차 회사들은 레네아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전자 장치 전문가인 에질 줄리우센은 “장기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은 여러 업체로부터 물품을 공급받게 될 것”이라며 “한 공장이 문을 닫으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가를 본만큼 부품 공통화 작업도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mm짜리 웨이퍼.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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