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중심 소비자 대출 폭발적 증가
현 계좌부채 GDP의 8% 수준
“현 상황 계속되면 추락 불가피”
“정부 잘 대처하고 있다” 반론도
터키의 경제 붐은 이제 추락 단계에 이르렀나? 그런 것처럼 보인다. 증권브로커들은 15만달러나 하는 최고급 아우디와 BMW를 사기 위해 몇 개월을 기다린다. 이 가격은 제조업체 가격의 2배나 되는 액수이다.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에이커 당 3,330만달러라는 기록적인 비용을 투입하는 총 24에이커의 이스탄불 중심가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경제가 과열되고 있다는 가장 충격적인 징후는 통상적인 용의자, 즉 터키의 공격적인 은행들에서 발견된다. 은행들은 문자메시지나 ATM머신을 통한 대출승인을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과소비를 부추기는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분석가들은 소비자 융자의 폭발적인 증가가 터키의 계좌부채 확대에 대한 우려를 더 높이고 있다고 말한다. 터키의 현 계좌부채는 국내총생산의 8% 정도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 때문에 터키가 지난 2번의 거품붕괴라는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또 다시 우리 능력 이상으로 생산과 소비를 하고 있다”고 지난 1994년과 2001년의 붕괴를 경험했던 경제학자 아틸라 예실라다는 말했다. 그는 “우리는 외국에서 빌린 돈으로 성장을 위한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이것은 대가가 더 비쌀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붕괴 된다”고 경고했다.
다른 어떤 경제부흥 국가들보다도 터키는 최근 수십년간 경이적인 성장 뒤에 붕괴가 뒤따르는 롤러코스터를 경험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는 에르도간 수상의 터키정부는 강조한다. 에르도간 수상은 6월 총선을 앞두고 있으며 현 경제상황은 그에게 전례 없는 3선 승리를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터키 경제는 지난 10년간 급성장을 해오면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때만 잠깐 휘청댔다. 그래서 정부와 재계 리더들은 터키가 급성장과 붕괴의 신드롬을 넘어섰으며 정책결정자들은 연착륙을 위한 대비가 확실하다고 주장한다. “올해 4.5% 성장을 예상하며 이것은 경제에 적당한 수준”이라고 터키 최대의 소비자 융자기관인 야피 크레디 은행의 파이크 아시칼린은 말했다.
은행들이 소비자 크레딧카드를 마구 발급하는 것을 정부가 단속한 이후 일반 소비자 융자는 국내 수요를 지탱시켜 주는 동력이 돼 왔다. 이스탄불에 소재한 투자은행인 스탠다드 운루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 융자는 2005년에서 2008년 사이에 61%나 급증하다가 둔화되기 시작해 지난해는 42% 증가를 기록했다.
이 융자가 고객들뿐 아니라 은행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는 자격이 승인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은행으로부터 받을 경우 곧바로 은행 지점에 가서 현금을 챙겨 나오면 된다. 아시칼린은 크레딧을 꼼꼼히 조사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상환되지 않는 융자는 3% 수준으로 아주 적다고 밝힌다.
그는 전반적으로 터키의 은행 시스템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건실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칼린은 자본금이 적은 은행들이 도산한 2001년 경제 붕괴 이후 정부가 보다 엄격한 자본금과 대출기준을 적용해 성장률이 4.8%나 떨어졌던 지난 2009년 금융위기를 헤쳐 나올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88년의 역사를 가진 근대 터키의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이슬람 색이 강한 에르도간 정부 아래서 이 국가는 자랑할 만한 성취들이 많다. 터키는 지난해 7,300억달러의 국내총생산을 기록, 세계 17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가 됐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같은 부채에 시달리는 지중해 이웃들에 비해 3분의1 정도지만 경제는 연 9%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성장률은 중국과 같은 수준이다. 인플레율은 8%로 그런대로 괜찮고 올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의 2%가 약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르도간 정부는 구좌부채가 현재 수준에 이를 정도로 방치함으로써 터키가 스스로 정한 속도를 넘어 과속할 가능성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터키 중앙은행은 공격적이고 수익을 많이 내는 은행들을 겨냥한 규제조치를 취했다.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무이자 예금액을 늘림으로써 은행의 융자 가능 자금을 규제한 것이 그것이다.
규제 브레이크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을 경우를 고려해 터키의 최고 경제 관료인 알리 바바칸은 이번 달 은행이 부드러운 규제에 응하지 않아 ‘경찰 스타일’의 규제를 가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는 경고를 내보냈다. 이런 발언은 작가들과 언론인들이 국가에 비판적인 글을 썼다고 체포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문제는 은행들이 홀로 분위기를 잡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긴축정책을 취하기 시작한지 6개월에 접어들었지만 터키의 게걸스런 소비자들은 계속 돈을 빌려 소비를 하고 있다. 예상대로 은행들은 금리를 올려 소비자들이 돈을 빌리는 데 치러야 할 비용을 늘렸다. 하지만 개인 융자가 너무 쉬워지면서 마구 지출하는 터키인들이 소비를 줄일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터키 최대 은행인 가란티 은행의 소비자 융자 담당자인 푸앗 에르빌은 즉석 융자의 성공은 터키의 역동성을 대변하는 젊은층의 떠오르는 구매력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지출을 더 많이 한다. 외식을 하고 패션에 더 신경 쓰며 블랙베리를 산다”고 에르빌은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금리 인상으로 늘어난 부담을 아랑곳 않고 비용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새 집에 어울리는 식탁세트를 구입할 돈을 빌린다. 수세대에 걸친 빈곤을 지나 “이런 구매에 대한 열정이 퍼져 나가고 있다”고 에르빌은 말했다.
사실 터키에는 모든 종류의 소비와 투자에 대한 열정이 퍼져왔다. 지난 3월 에르도간 수상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한 준공식을 가진 터키의 최고층 건물 사파이어 빌딩이 그런 상징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 건물의 5층짜리 명품매장은 아직까지는 그리 붐비지 않는다. 이스탄불의 샤핑몰이 포화상태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어느 주말 두 명의 세일즈맨이 빌딩 입구의 데스크에 앉아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빌딩 소유주의 주식공모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안내하기 위한 것이지만 관심은 별반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856피트 높이 건물 꼭대기의 전망대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3분의2가 약간 안 되는 높이의 이 건물에 올라서면 이스탄불의 전경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그 가운데는 터키의 경제 붐을 지핀 은행들의 본점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도 보인다. 은행들은 이것이 또 한 번의 추락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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