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오른쪽)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와 함께 트위터로 올라온 질문에 답하고 있다.
14조3천억 한도 초과 사실상 디폴트 상태
8월2일 부채증액 마감시한 넘기면‘국가부도’
미국은 지금 국가부채 증액 문제로 난리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나라 빚은 둘째 문제다. 당장 돌아오는 부채를 막기 위해 법으로 정한 국가부채 상한을 늘려야 할 정도로 미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미국의 법정 국가부채 한도는 14조2,940억달러다. 하지만 부채규모는 5월 말에 이미 이를 넘어섰다. 국민 한 사람이 평균 4만5,000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자만 연간 1조달러에 달한다.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다. 다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예치해 둔 현금 1,000억달러를 꺼내 쓰고, 채권 발행을 유예하는 등의 비상조치를 통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상태다.
그나마 이마저도 다음달 2일까지다. 그 기간이 지나면 국채를 갚지 못하는 국가부도 사태가 불가피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이달 22일을 합의 시한으로 제시하며 부채증액에 대한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8월2일은 재무부가 부채증액 마감시한으로 제시한 물리적 시간인 만큼, 관련 법안을 심의하고 표결을 거쳐 대통령 서명을 받기까지의 소요기간을 감안하면 열흘 정도 앞당겨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남미나 일부 낙후한 유럽 국가에서 보았던 국가부도 사태가 세계 유일 강대국이자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에서 벌어지느냐가 앞으로 보름 내에 판가름 나는 것이다.
굴지의 신용평가회사를 비롯한 민간 경제단체들은 부채증액에 실패했을 경우 세계경제에 초래될 엄청난 후폭풍을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3대 신용평가회사의 하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최근 증액에 실패할 경우 미 채권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현재의 AAA에서 선택적 디폴트인 D로 강등하겠다고 했고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금융권은 증액시한 이틀 뒤인 8월4일 만기가 돌아오는 미 단기국채 300억달러의 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디폴트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의 여파에 대해 아예 말을 아낀다. 피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미 국채와 달러가 폭락하고 금리는 폭등해, 그렇잖아도 회복세가 흔들리는 세계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인플레를 우려한 중국이 올해 다섯 차례나 은행 지급준비율을 올리는 등 긴축기조에 들어서 있고 그리스, 포르투갈의 재정위기로 유로존의 금융시장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미국 국내적으로는 정부 지출이 중단돼 연금, 학자금 대출 등의 사회복지 시스템이 마비되고 주택담보 대출(모기지) 이자율이 올라가 주택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부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지금의 정부 지출과 세수 등을 감안할 때 재정위기는 10년 이상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70% 수준인 국가부채가 2035년이면 GDP의 두 배인 19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내놓았다. 그나마 CBO가 분석한 GDP의 70% 수준이라는 국가부채는 주정부의 채무와 연방정부가 사회보장기금, 의료보험기금, 공무원기금 등 각종 기금에서 빌린 부채 등 국내에서 진 빚을 제외한 것이어서 이를 합칠 경우 실제는 GDP의 100%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다.
미 정부의 재정이 이처럼 허약해진 것은 과거 공화당 정권의 유산이다. 로널드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 행정부 12년 동안 계속된 군사비 증액과 부유층 감세로 미국의 부채는 GDP 대비 60% 대로 치솟았다. 그 이전까지 미 정부의 부채는 35% 수준이었다. 그 다음 들어선 빌 클린턴 민주당 정권에서 경제 호황, 균형예산 정책이 맞물리면서 국가부채는 50% 이하로 떨어졌으나 다시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고 주로 부유층이 혜택받는 2조달러에 달하는 감세를 추진, 재정은 급속히 나빠졌다.
이 때문에 1998년에는 예산이 GDP 대비 1% 흑자였으나 부시 행정부 말기인 2008년에는 3.2% 적자로 반전됐다. 1인당 공공부채 역시 이 기간 1만3,000달러에서 1만9,000달러로 50% 가까이 올랐다. 부시 행정부 8년 동안 미 재정이 완전히 바닥난 것이다.
여기에 오바마 행정부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쏟아부은 것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