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와 베토벤을 낳은 독일에서 히틀러와 같은 인물이 나왔다는 것은 역사의 미스터리다. 히틀러는 제2차 대전을 일으키고 강제 수용소를 건설해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였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살던 히틀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제1차 대전이다. 이 전쟁만 아니었더라면 그는 자기가 그린 싸구려 수채화를 관광객에게 팔다 무주택자로 일생을 마쳤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1차 대전은 일어났고 그는 여기 참전, 용맹을 발휘해 철십자 훈장을 받는다. 그가 독일의 패전 소식을 들은 것도 개스 공격으로 일시적으로 눈이 멀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을 때였다. 그가
아주 눈만 멀었어도 인류는 2차 대전의 참화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퇴원 후 독일의 패배가 유대인과 공산주의자들이 뒤에서 ‘등에 칼을 꽂았기 때문’이라고 믿는 7명의 회원을 가진 극우 정당에 가입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나치당이다. 독일의 모든 고통을 유대인의 탓으로 돌리는 그의 광기 어린 연설을 대중을 사로잡았고 그는 1923년 11월8일 독일패전 5주년을 기념해 뮌헨에서 폭력으로 정권 탈취를 기도한다. 그러나 이는 경찰의 진압으로 좌절되고 16명의 나치당원이 사망한다.
그는 친지의 집으로 도주했다 한 때 자살을 결심하기도 하나 친구 부인의 만류로 이를 포기하고 자수한다. 이 부인이 만류만 하지 않았더라도 세계 역사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는 반역죄로 5년 형에 처해지나 그가 재판정에서 행한 민족주의적 연설은 독일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불과 1년 만에 풀려난다. ‘나의 투쟁’을 그가 쓴 곳도 감옥 안이다.
폭력에 의한 정권 탈취 포기를 선언한 그는 과연 1933년 선거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집권하는데 성공한다. 그 후 역사가 어떻게 전개됐는지는 모두 아는 바와 같다.
사회 복지제도와 천연 자원, 높은 소득과 빼어난 경치 등으로 지구상 보기 드문 지상낙원으로 평가 받고 있는 노르웨이에서 지난 주말 극우주의자의 테러로 100명 가까운 무고한 시민과 어린 학생이 사망했다.
노르웨이의 국민소득은 룩셈부르크에 이어 세계 2위며 사회의 선진도를 재는 인간개발지수에서도 지난 10년간 8년 동안 1위를 차지했다.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노르웨이는 물론 세계인들은 충격과 경악에 빠져 있다. 그러나 실러와 바흐의 나라에서 히틀러가 나올 수 있다면 뭉크와 입센, 그리그의 나라에서 브레이빅이 나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유대인을 회교도로 갈아 끼우면 그의 주장과 히틀러의 생각은 별 차이가 없다. 이런 사건이 터졌다는 것은 노르웨이에 소수지만 회교도를 극도로 증오하는 세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노르웨이 이민자 유입은 최근 연 30%씩 증가, 전체 인구의 11%에 달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유럽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파키스탄과 이라크 인들이다. 세계에서 아이를 가장 덜 낳는 나라의 하나인 노르웨이에 아이를 많이 낳기로 유명한 이들 회교도들이 자꾸 들어오면 장차 인구 비율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자명하다. 거기다 이들 이민자들은 후한 복지혜택을 누리며 노르웨이 인들이 내는 세금으로 편하게 먹고 살며 자녀들은 무료로 대학까지 가고 있다. 일부 노르웨이 인들이 이들에 반감을 갖는 것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노르웨이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유럽 전체의 문제란 점이다. 노르웨이를 비롯 스웨덴과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전역에서 극우 정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회교 복장을 금하고 스위스에서는 회교 사원 건립이 금지되고 있다.
다양한 이민자를 수용해 미국인으로 동화시키는 전통이 있는 미국과는 달리 오랫동안 민족국가로 살아온 유럽 각국은 이민자를 포용하는 힘이 약하다. 이번 참극을 한 미친 개인의 소행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민과 출산, 회교와 복지제도를 둘러싼 유럽 갈등의 뿌리가 너무 깊은 것 같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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