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긴박한 국면으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한 중개인의 암울한 표정이 최근 미국 경기상황을 대변해 주고 있다.
세계 경제가 시계제로다. 미국발 디폴트 사태로 시작된 안개경제가 S&P사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암흑 경제로 바뀌는 양상이다. 세계증시의 바로미터가 되는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존스 지수가 연일 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발표되는 경제지표도 하나같이 비관적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13년까지 제로금리 동결을 선언해 급한 불을 끄긴했지만 더블딥(경기가 잠시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세계경제의 어제와 오늘을 전문가 진단과 함께 시리즈로 살펴본다.
천문학적 부채에 무한정 국채 발행
성장률 둔화속 신용등급 하락 직격탄
■미국의 재정적자-신뢰 상실
지난 1980년 레이건 행정부 시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적자 행진은 2001년 9.11 이후 부시행정부의 군비증감과 함께 크게 늘어났다. 각종 감세로 세수는 줄었는데 예산 지출은 크게 늘리면서 연간 1.5조달러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했다.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빚을 갚기 위해 사정없이 국채를 찍어내는 소위 빚을 빚으로 갚는 정책을 이어오다가 끝내는 채무상환 불이행(디폴트)을 눈앞에 두는 사태가 발생했다.
양당은 부채한도 증액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지만 치열한 당파 싸움과 함께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내 시장의 신뢰를 잃었으며 타결안 내용도 시장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했다. 이어 S&P가 협상 내용이 근본적으로 미국의 재정적자를 줄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며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시키면서 ‘불(경기침체 우려)에 기름을 붓는’ 사태로 이어졌다.
■실패한 2차례 양적완화 정책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연방 정부는 2차례의 ‘양적완화 정책’(QE)이란 카드를 들고 1조2,000억달러를 풀며 경기 부양을 노렸다. 그러나 이 정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오히려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만 높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만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금은 양적완화 정책이 필요한 때다. 인플레이션은 그 다음 문제”라며 제3의 양적완화 정책을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국채 최대 보유자인 중국의 압력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조1,600억달러어치의 미국 국채를 보유, 전 세계 미 국채 보유 1위 국가인 중국은 미국이 세 번째 양적완화 조치를 강행하게 되면 미국 국채의 가치가 하락하고 그렇게 되면 중국이 미국 국채를 덤핑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물 경제 둔화 예상보다 심각
실물 경제가 돌아설 가능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3%에 불과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측치 1.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1분기 성장률은 1.9%에서 0.4%로 대폭 하향 조정됐고 지난해 4분기 성장률도 3.1%에서 2.3%로 조정돼 미국 경제 상황이 이전에 발표됐던 지표보다 더 둔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GDP를 분석하면 겉으로는 꾸준한 성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지출을 빼면 거의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즉 지난 30년간 미국의 실질적 생산 경제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GDP 성장은 정부가 빚을 내 지출한 내용이 눈가리개 식으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다른 지수들도 부정적이다. 실업률은 여전히 9%를 넘어서고 있고 소비자 신뢰는 거의 2년반래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7월중 해고된 미국인은 6만6,414명으로 지난 16개월래 최고 수준이다.
제조업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제조업 지수는 2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7월 제조업 지수는 50.9로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았다. 7월 제조업 지수는 전월의 55.3은 물론 시장의 전망치 54.5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공장주문 실적 역시 6월에 전월 대비 0.8% 하락했다.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역시 2년여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6월 소비지출은 전월보다 0.2% 줄어 2009년 9월 이후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단기적인 전망은 부정적
현재 경제 상황이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증시는 매년 돌아오는 여름 조정기간 동안 더욱 추락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오바마 대통령이 와일드카드를 내 놓으면서 G7의 유로존 구출작전이 월스트릿에 먹혀들어 가면 여름조정이 종식될 수도 있다.
반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가을부터 학교가 개학하면서 미국 내 주택판매와 자동차 등 각종 소비판매가 급증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인 소비가 얼마나 회생하느냐가 주식시장은 물론 미국 경제 회생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FRB가 향후 2년간 제로금리를 선언한 상태에서 지속적인 저금리 유지가 소비자들의 대출 부담을 줄이면서 소비자와 기업들의 경제활동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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