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언제부터 차를 마셨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기원전 1,000년부터 중국인들은 차를 마시는 습관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차는 아직까지 인간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며 역사를 바꾼 식품이기도 하다. 아편 전쟁이 일어난 것도 결국 차 때문이다. 차에 맛을 들인 영국인들이 대량으로 중국차를 수입했고 그 돈을 댈 길이 없자 인도에서 아편을 재배해 중국에 팔기 시작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차는 미 건국과도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1773년 12월 16일 일단의 보스턴 청년들은 모호크 인디언으로 변장해 보스턴 항구에 정박 중인 배에 침입, 차 상자 300여 개를 바다에 집어 던졌다. 보스턴 시민들은 영국 정부가 수입차에 관세를 붙이자 ‘대표권 없는 과세 없다’를 외치며 이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재정난에 허덕이던 영국 정부가 관세 붙은 차의 수출을 강행하자 ‘자유의 아들’(Sons Of Liberty)이라는 일단의 청년들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다. 이것이 소위 ‘보스턴 티 파티’다.
식민지 주민들의 이런 반발에 분노한 영국 정부는 ‘강제법’을 제정, 망가진 차 값을 배상할 때까지 보스턴 항을 봉쇄하고 영국군을 주둔시켰다. 13개 식민지는 1774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대표를 뽑아 제1차 ‘대륙의회’(Continental Congress)를 구성하고 1775년에는 렉싱턴과 콩코드에서 영국군과 민병대 간의 교전이 발생하며 1776년에는 ‘독립 선언서’가 선포된다.
2010년 선거부터 미국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는 ‘티 파티’ 운동 주창자들은 스스로를 미국 독립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티 파티’의 후계자들로 자처한다. 일부는 ‘티 파티’의 ‘티’(TEA)는 ‘이미 세금 낼만큼 냈다’(Taxed Enough Already)의 약자라고 주장한다. 이 운동은 위에서 누가 지시해 생긴 것도, 단일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전형이다.
‘티 파티’로 분류되는 정치인은 많지 않다.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연방 하원에서도 이들의 직계로 분류되는 사람은 60명 정도다. 그럼에도 세금 인상에 반대하고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이들의 발언권은 상당하다. 지난번 타결된 국채 증액 협상안도 이들의 입장이 대폭 반영된 것이다. 초기 기독교부터 볼셰비키 혁명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무관심하고 불특정한 다수가 아니라 신념으로 똘똘 뭉친 소수가 만들었다. ‘티 파티’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지난 주 실시된 아이오와 스트로 폴에서 미셸 바크만이 1등을 하고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출마 선언을 하면서 공화당 대선 레이스 윤곽이 대충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당내 경선 선두주자는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미트 롬니지만 그는 모르몬교도라는 점과 주지사 시절 실시한 의료 개혁안이 오바마의 현 의료 개혁안 모델이 됐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티 파티와도 약간 거리가 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위치는 불안하다.
반면 페리와 바크만은 모두 티 파티 그룹과 보수 기독교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바크만은 짧은 하원 경험밖에 없지만 수십 명의 10대를 키워낸 포스터 맘이란 독특한 이력서에 강한 신념과 거침없는 언변이 강점이다.
페리는 늦게 경선에 뛰어들긴 했으나 11년간 텍사스라는 큰 주를 잘 이끈 행정 경험에 공화당 후보 중 가장 막강한 기금 모금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 불황이 공식적으로 끝난 후 미국 내 만들어진 일자리의 37%가 텍사스에 몰려 있다는 것이 자랑거리다. 요즘 같은 때는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는 능력만큼 유권자들에게 호소력 있는 것은 없다. 단 같은 공화당 출신으로 텍사스 주지사를 하다 대통령이 된 사람이 죽을 써 놓은 것이 걱정거리다.
모든 선거는 현직이 유리하나 지금처럼 실업률이 9%를 넘고 경제 성장은 0%에 가깝다면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는 정치인도 재선은 어렵다. 오바마가 4년 더 백악관에 머무느냐 마느냐 여부는 앞으로 1년 동안 미국 경기가 결정할 것이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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