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지 않고 풍요롭게 살고 싶 은 것은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그럼에도 인류는 동서 양을 막론하고 정기적인 기근에 시달렸다. 예나 지금이나 최대 인구를 가진 중국의 경우 19세 기 중반 기근에‘ 태평천국의 난’ 까지 겹쳐 6,000만 명이 죽었고 다시 20세기 중반 모택동이‘ 대 약진 운동’이란 이름으로 사유 재산을 몰수하고 집단농장을 하 다 3,000만 명이 더 죽었다.
인류 역사상 처음 기근 없는 사회 건설에 성공한 것은 산업 혁명을 이룬 서구다. 산업 혁명 이후 기근이 사라지게 된 첫째 이유는 농업 기술의 발달로 농 업 생산성이 향상된 데다 증기 기관 도입으로 식량을 운반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전에는 한 지방에 흉년이 들면 멀리 떨어져 잇는 지역에 풍년이 들어도 신속히 식량을 나르는 것 이 지극히 어려웠다. 그러나 산 업 혁명 이후 통신 운송 기술의 발달로 이 문제가 해결됐다.
어떻게 하면 부유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를 연구한 수많 은 책 가운데 시간이 가면 갈수 록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는 것 이 애덤 스미스가 쓴 ‘국부론’ 이다. 미국 독립 선언과 때맞춰 1776년 나온 이 책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경제학의 첫 번 째이자 가장 위대한 고전의 자 리를 지키고 있다.
스미스는 책머리에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비결은 노동의 분업 이라며 핀 공장의 예를 든다. 혼 자 힘으로 핀을 만들어 보라면 하루 종일 애써도 하나 만들기 가 힘들지만 18개 공정으로 나 눠 열 사람이 같이 일하면 하루 에 4만8,000개를 만들 수 있다 는 것이다. 한 사람 당 4,800개 꼴이다.
그러나 이런 생산이 가능하려 면 분업이외에 넓은 시장이 보 장돼야 한다. 핀 공장 직원 이외 다른 사람들이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가내수공업으로 핀을 만 들기 시작하면 아무리 핀을 만 들어 봐야 팔 길이 없어 공장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반면 핀 시장을 한 나라에 국 한시키지 말고 전 세계를 상대 로 만들 수 있다면 핀 제조업자 들은 양질의 핀을 더 싼 가격 에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 게 된다. 자그마한 생산성 향상 도 생산량과 매출에 큰 차이를 가져오고 이는 곧 기업의 생사 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 혜택 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무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흐린 날이 많고 겨울이 긴 스코 틀랜드에서 힘들게 온실을 만들 고 불을 때 포도를 키워 포도주 를 만드는 것보다 위스키를 만 들어 이탈리아 같이 기후 좋은 지중해 연안에서 만든 포도주와 바꿔 마시는 것이 양쪽 모두에 게 유리하다.
노동의 분업과 시장의 확대는 경제적 번영의 지름길임에도 자 유 무역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항 상 존재해왔다. 시장이 열리면 피 해 보는 사람들은 항상 있기 때 문이다. 지금까지 관세 장벽의 보 호 안에 안주하며 독과점 이익 을 누려왔던 기업이나 낙후된 생 산성으로 자유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사양 산업 종사자들이다. 이 들을 끝까지 보호하기를 고집한 다면 그 피해는 울며 겨자 먹기 로 비싸게 물건을 사야 하는 소 비자들과 상대방의 무역 장벽에 막혀 성장에 제약을 받는 경쟁 력 있는 기업에 돌아간다.
한미 자유 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지 4년 반 만에 지난 주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연 방 상하원을 신속히 통과했다. 미국은 이 대통령에게 연방 상 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할 기 회를 주는가 하면 오바마 대통령 이 디트로이트까지 그와 동행하 는 등 이례적인 호의를 보였다. 일자리 창출이 초미의 관심사인 지금 7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약속하는 FTA를 한시라도 늦출 수 없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미 FTA는 모든 자유 무역 과 마찬가지로 양국 모두에 경 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뿐 아니 라 한미 동맹을 한 단계 높은 수 준으로 올려놓을 것이 분명하다. 한미 FTA의 연방 의회 통과를 축하하면서 한국 국회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한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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