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여름보다 이번 여름에는 나를 떠나간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에는 나라의 부름을 받고 개인의 꿈은 잠시 접어둔 채 눈물을 머금고 떠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힘차게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정해진 기간 내에 꼭 돌아올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간 친구가 있는 반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그저 다시 만날 거라는 막연한 바람만을 안기고 가버린 친구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버클리를 떠나는 그들을 보며 누구나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이 시대가 야속했고 세계화가 덜 된 외지의 섬에 가서 살아보는 건 어떨까 문득 궁금해졌다.
하지만 정작 내가 떠나야 할 때는 나 역시 두번 생각하지 않는다. 여름 내내 다녔던 인턴쉽을 마무리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역시 서머 인턴쉽의 제일 큰 매력은 아마 생소한 현장에 내 자신을 던져버림으로써 제한된 시간 안에 새로운 환경에 부닥치며 내 자신을 돌아보게끔 하는 것이지 싶다.
인턴쉽의 절정이었던 한 중요 행사를 도우면서 한가지에 몰두하는 것을 좋아하고 스릴을 즐기는 내 자신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 행사 후 긴장이 풀리자 해이해지는 것을 느끼고 씁쓸하기도 하였다.
인턴쉽이 몇 일 남지 않았고 이제는 매일 봤던 이들과의 이별만이 남았다. 아끼는 이들과 연락은 계속 하고 지내겠지만 그전만큼 못할 것은 당연하고 이런 여름 사이의 만남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여름은 길어야 세 달인 것을 망각한 채 마치 평생 만날 것처럼 새로운 인연에 살을 붙이고 정을 쌓기를 반복한다.
하나의 마지막은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여름이 끝나가는 것은 가을이 온다는 것이고 나에게 곧 다가올 새로운 만남의 신호이기도 하다. 이렇듯 만남과 헤어짐이란 살면 살수록 밥먹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인데도 매번 쿨하게 보내주지 못하고 조금은 가슴앓이 하는 내가 촌스럽기 그지없다.
버클리의 바람이 따뜻한 이 화요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아쉬움을 달래며 이 밤을 지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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