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향해 가는 내 마음의 한복판에는 참 많고도 다양한 생각이 들어앉아 있다. 로스가토스의 바소나공원의 호수를 보며 드라이브를 하는 이른 아침, 친구 같은 커피를 만나러 간다. 설탕 크림없이 즐기는 아메리카노라는 그것. 진한 향과 고소한 맛이 일품인 유명한(?) 커피를 들고 로스가토스 트레일을 향해 가는 길에, 멋쟁이 할머니가 예쁜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아 유 해피 투데이~ ya !" " ‘오홋? 내가 아주 맛있게 커피를 마셨나?’ 커피만큼이나 기분을 좋게 하는 할머니의 한 마디에 괜히 발걸음이 날아간다.
난 왜 그렇게 산이 좋았을까? 상쾌한 바람으로 얼굴을 씻고 흙, 나무 냄새를 맡으며 심호흡을 할라치면 어느새 마음속 시끄러운 기운들이 발바닥 아래로 슬그머니 없어진다. 맑은 공기만큼은 아니어도 생각의 찌꺼기를 버리는 습관이 언제부터인지 생겼다. 산을 배우게 해준 오빠들. 아들의 나이만큼 어렸을 때부터 띠동갑의 큰오빠, 작은 오빠를 따라 서울 근교의 많은 산을 날다람쥐처럼 누비고 다녔다. 산행 이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이 들면 오빠는 나를 업고 집까지 한걸음에 와서는 할머니 옆에 뉘었다. 슬쩍 잠든 체하다가 그대로 아침까지 긴 잠을 자는 나. 내 몸무게 두 배 이상 덩치가 큰 오빠들은 그렇게 나를 업어주고 안아주며 바닥에 내려놓지 않았는데, 그 시절의 많은 기억이 바로 산에 있다.
친구와의 맛있는 대화도, 마치 한 장의 사진 같은 추억도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오래전 내게 자극과 도전이 되었던 산안토니오 트레일에서 만난 건강미 넘치는 젊은 엄마를 잊을 수가 없다. 큰 어깨의 배낭 안에는 두 살배기 아이를, 달리는 조거 안에는 한 살도 안 된 아기를 태우고 힘차게 달리는 엄마의 모습은 아이가 없던 내게 부러움 그 이상이었다. 마주치는 아기들의 눈동자가 내 마음을 붙드는 순간 나는, 업고 달리는 그 엄마가 되어 행복을 흉내내며 ‘~꺼야 될 거야 엄마 될 거야’ 했다. 오랜 기다림 이후 엄마가 되었을 때 한 살도 안 된 아들을 조거에 태우고 뻐기듯이 산을 오르고 달리며 얼마나 웃고 또 웃었던지. 조거 안에 있는 아들의 행복한 표정을 읽으며 산과 숲길이 어찌나 고맙던지. 싱그런 초록산의 감동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날 행복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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