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사과는 금이라고 한다. 그만큼 사과가 우리 몸에 좋다는 말일 것이다. 나도 건강을 위해 아침마다 사과를 먹는다. 그리고 먹을 때마다 엄마 생각이 나는 것은 엄마에게 아주 죄송한 마음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엄마가 대수술을 받으시고 회복 중에 계실 때 일이다. 아침마다 사과 주스 한 대접에 계란노른자를 띄워 마시면 회복 중 환자에게 좋다는 이야기를 아버지께서 듣고 오셨다. 그리고 그 일은 다른 사람 시키지 말고 딸인 네가 정성스레 해 드리라고 하셨다. 그러나 일찍 일어나 그 추운 겨울에 부엌에 내려가는 일(그 당시 한옥은)은 나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대접에 베보자기를 깔고 겨 묻은 국광 사과 2개를 꺼내어 강판에 북북 갈아내야 한다. 손은 시리고 팔은 얼마나 아픈지, 아버지 눈치 보며 마지못해 몇 번 했을 뿐이다. 나는 일 봐 주시던 아주머니가 만들어 주시면 내가 한 듯 들고 들어가 드리면서도 그때는 내가 괘씸한 딸인 줄 전혀 몰랐다.
그 후 나는 결혼을 했고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잡수시던 그 명품 보약이 떠올랐다. 남편을 위해 자진해서 아침마다 팔 아픈 줄도 모르고 사과를 북북 갈아 바쳤다. 딸년은 이래서 소용이 없다는 말이 맞는구나! 그제야 엄마한테 죄송한 마음이 들었었다. 그 뒤로 이국 멀리 떠나 왔으니 효도 한번 못해보고 편찮으셔도 병간호 한번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은퇴 후 나의 모든 삶의 터전을 뒤로하고 딸 옆으로 이사를 왔다. 아마도 딸이 원한다면 사과 열 개라도 갈아 먹이고 싶어서 일 것이다. 나는 무엇이고 해주고 싶으나, 혹 방해가 될까 먼저 나서지는 않는다. 이것이 바로 내리사랑이란 것인가! 돌아보면 효도 할 수 있었던 단 한 번의 기회, 사과 주스 한 대접 만드는 일을 게을리 한 것이다. 철이 들면 부모님은 이미 이 세상에 안 계시다는 그 평범한 이치를 이제야 알다니! 오늘도 사과 한입 물면 엄마 냄새가 코끝에 온다. 어쩌면 엄마는 섭섭하지 않았다고 내 등을 만져 주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말로 불효를 감추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다음 하늘나라에 가면 기회가 주어지려나? 그때는 올려드리는 사랑을 마음껏 해보리라 다짐하며 쓸쓸한 마음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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