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달력 모두 5월에는 가족과 함께 축하하는 날이 참 많았다. 어린이날에서 부터 시작해서, 어버이날, 부부의 날(5.21)까지. 미국에서도 ‘마더스 데이’와 ‘파더스 데이’로 5월과 6월은 특별히 더 가족을 생각하고 함께하는 시즌이기도하다.
매년 5월이 되면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특히,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 같은 친척들의 울타리를 흠뻑 느끼지 못하게 하는 점이 늘 미안하다. 이런 타향살이 미국생활에서 내게 가족과 같은 두 분이 있다. 이사 오면서 알게 된 앞집 사는 ‘로비 할머니’와 ‘밥 할아버지’다. 이사 오기 전에 집을 둘러보러 오던 날, 앞마당에서 정원 일을 하던 로비 할머니와 인사를 하면서부터 인연은 시작됐다. 딸이 하와이에 사는 로비 할머니는 나와 내 아이들에게 마치 딸과 손자들을 대하듯, 때로는 과일이 맛있다며 가져다주었고, 아이들 간식하라며 과자나 초콜릿을, 나를 위해선 예쁜 꽃을 화병에 꽂아다주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나 역시 잡채를 만들어 드리기도 하고, 한국 전통차를 드리기도 했다.
이런 우리의 탁구 게임하듯 왔다 갔다 하는 선물교환도 벌써 사년이 되어가면서 우리 사이에는 선물만이 아니라 정이 쌓여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로비 할머니는 매번선물을 가져다 줄 때마다 예쁜 카드에 정성껏 편지를 써서 전해주었다. 그때마다 나도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기도 하고, 음식사이에 넣기도 하면서 마음과 마음이 오고갔다. 로비 할머니와 이런 인연을 맺어가는 사이, 로비 할머니의 남편인 밥 할아버지는 내게 늘 도움 되는 글을 이메일로 보내주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받았다는 좋은 글이라며 이메일로 전해주시는데, 일주일에 두 세 번은 꼭 보내주신다. 이만하면 한국에 있는 가족 못지않게 서로를 생각하고 챙겨주는 셈이다. 몇 주 만나지 않으면 궁금해지고, 걱정까지 하게 되는 로비 할머니와 밥 할아버지가 내겐 미국에서 만난 가족이나 다름없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맺어 주신 두 분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다. 오늘 도로비 할머니가 준 요리책을 보며 저녁을 뭐해먹을까 생각하면서, 가족이란 만들어 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서로를 생각하고 위해주는 노력이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가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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