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샌더록 박사팀 연구 - “임신 중 후반기가 여름이라 햇볕 강해 비타민D 더 공급”
▶ “9월에 새 학년 시작되는 8월생 학업성취도 저조, 비행기 조종사 3월생 많아”
여기 갓 결혼한 신혼 부부가 있다. 신체 건강한 이들 젊은 부부가 각자의 유전자 결합으로 태어날 미래 자녀를 훌륭한 운동선수로 키우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한 태아를 얻기 위한 영양섭취 ▲임신 순간부터 운동선수로 키우기 위한 엄마의 태교 ▲유아용 운동기구 구매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분야에 정통한 영국 에섹스대의 가빈 샌더록 박사라면 다른 해법을 내놓을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샌더록 박사는 자녀를 운동선수로 키우고 싶다면 가을, 그것도 10월과 11월에 태어나도록 임신시기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샌더록 박사는“일년 중 11월과 10월생 어린이가 다른 시기 출생아보다 훨씬 강한 신체를 갖고 태어나는 반면, 4월이나 6월생 어린이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소개했다. 그는 영국 에섹스주(州)의 26개 공립학교에 다니는 10~16세 학생 8,550명에 대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전반적 체력, 손의 악력, 하체의 힘을 측정한 뒤 나온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에섹스대 연구팀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가운데 11월 출생자의 신체 능력이 가장 뛰어났다. 11월생 다음으로는 10월에 출생한 어린이 집단이 뒤를 이었고, 그 다음은 12월 어린이들이었다. 11월에 태어난 집단은 4월에 태어난 어린이들보다 10%가량 빠르고, 높이뛰기 능력도 12%가량 높았다. 또 근육의 힘도 4월생보다 15%가 셌다. 샌더록 박사는 “이 정도 차이는 실제 운동현장에서 엄청난 경기력 차이로 연결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출생 시기에 따른 운동능력 격차의 이유를 산모의 비타민 D 섭취량에서 찾고 있다. 해당 분야 학술지인 ‘국제운동의학 저널’에도 게재된 논문에서, 연구팀은 가을에 자녀를 출산하는 산모들의 경우 햇볕이 강한 여름철에 임신 중ㆍ후반기를 보내는 점에 주목했다. 강한 햇볕 덕분에 임신 중ㆍ후반기 태아가 모체를 통해 보다 많은 비타민 D를 공급받는 게 뛰어난 운동능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에서 태어난 달이 그 사람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내용의 통계분석을 내놓은 건 물론 에섹스대 연구팀이 처음은 아니다. 새 학년이 매년 9월부터 시작하는 두 나라의 심리학자와 교육학자들 사이에서는 9월에 태어난 학생과 그 후년 8월에 출생한 어린이의 학업 성취도와 적응능력을 비교하는 게 단골 연구 주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대부분 연구는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가장 어린 8월 학생 적응력이 11개월 전에 태어난 9월생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영국재정연구소(IFS)가 2011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8월생 아이들은 9월생 아이들보다 영국 명문대를 지칭하는 러셀그룹대 진학률이 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8월생은 또 16세 이후까지 학교를 계속 다닐 경우 직업학교에 진학할 확률이 9월생보다 20%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교 1학년인 7세의 경우 8월생이 읽기와 쓰기, 계산 능력이 9월생보다 2배 반~3배 반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다른 집단 보다 훨씬 높았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1~4월생, 5~8월생, 9~12월생 단위로 끊어서 학급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9월생ㆍ8월생 혹은 가을ㆍ여름 출생자를 단순 비교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열 두 달 전부에 대해 다달이 출생자 삶의 궤적을 예측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라디오방송 평화 FM에 따르면 1월에 태어나면 의사나 채권 추심업자가 될 확률이 높다. 불행히도 알츠하이머나 간질로 고생할 확률도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생일이 2월인 미국인 가운데서는 예술가나 주차단속원으로 일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이들은 또 기면증과 같은 수면장애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았고 음식물에 대해 앨러지 반응을 보이는 빈도도 높았다.
봄이 시작하는 3월에 태어난 아기는 천식을 조심해야 하지만, 다른 시기에 태어난 사람보다 창의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항공기 조종사 집단에서 생일이 3월인 사람이 눈에 띄게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4월에 태어난 사람들의 경우 평균 수명이 다른 집단보다 101일 가량 낮을 것으로 예상됐고, 일부는 파킨슨병에 걸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도됐다. 늦은 봄과 초 여름이 겹치는 5월에 태어나면 자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질병에 걸릴 확률은 낮은 것으로 예상됐다. 6월 출생자는 열 두 달 가운데 특히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았지만,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 가운데 이 때 태어난 사람도 많았다.
7월 출생자들은 근시가 될 확률이 높았고, 앞서 밝힌 것처럼 8월생들은 학업성적이 가장 낮았다. 반면 자신보다 많게는 11개월, 적어도 1개월 어린 동료들과 경쟁하는 미국의 9월생들은 학교 성적이 가장 우수한 집단으로 분류됐다. 또 9월과 10월 등 가을에 출생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봄에 태어난 사람보다 장수할 확률이 높았다.
평화 FM은 11월 출생자 가운데서는 유난히 연쇄 살인범의 비율이 높다고 보도했다. 또 전반적으로 세상을 비관적으로 인식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12월에 태어나면 조울증 확률이 높았지만, 치과의사 가운데 12월 출생자 비율이 평균보다 훨씬 높은 점도 눈에 띈다고 보도됐다.
물론 이런 조사가 뚜렷한 인과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 단순 통계분석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에섹스대 연구에 참여한 나탈리 던만 연구원은 “이 시대 최고의 운동선수들을 분석하면 태어난 시기 이외에도 더 많은 중요한 요소가 성공의 열쇠로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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