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강전서 독일에 대패하자 충격받은 브라질 축구팬 분노 넘어 절규
▶ 살해 위협받은 수니가, 경기 중 ‘추격할 수 있다’ 안타까운 댓글
’펠레랑 수니가 도망쳐라.’
9일 오전 5시(한국시각) 브라질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4강전에서 월드컵 개최국 브라질이 독일에 1-7로 대패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한 한국 축구팬이 올린 댓글이다.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스페인과 독일을 꼽은 펠레는 지난 5일 부상으로 4강전에 나서지 못한 네이마르를 언급하며 "신이 브라질을 돕길 바란다"며 브라질의 우승을 기원한 바 있다. 칭찬한 팀마다 어김없이 참패해 ‘펠레의 저주’라는 말까지 낳게 했던 그의 조국에 대한 축복은 ‘저주’가 되고 말았다.
콜롬비아의 수비수 후안 카밀로 수니가는 지난 5일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공중볼을 다투다 네이마르의 허리를 가격했다. 네이마르는 수니가의 거친 파울로 척추가 골절돼 남은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그러자 주전 공격수를 잃고 분노한 브라질의 일부 축구팬은 수니가를 죽이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축구에 대한 브라질인들의 사랑은 광신적인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때로 악몽 같은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브라질은 1950년 자국에서 열린 제4회 월드컵 결승전 우루과이전에서 1-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바 있다.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하는 상황에서 1-2로 패배하자 2명이 경기장에서 자살하고 2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독일전에서 예상하지 못한 대량 실점으로 자국 무대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축구역사에 남을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브라질의 축구팬들은 절규하고 울부짖고 있다. 중계 카메라가 관중석 표정을 담지 못할 정도로 관중들의 반응은 절망적이었다.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간 축구팬도 있었다. ‘미네이랑 참사’에 충격을 받은 브라질 축구팬들은 독일전 뒤 경기장 밖에서 국기를 불태우며 대표팀에 분노를 표출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SB네이션은 성난 브라질 축구팬이 모여 국기를 태우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도하기도 했다.
월드컵 중계를 위해 브라질에 간 조우종 KBS 아나운서는 자신의 트위터에 "브라질 시내에 경찰은 물론 군인들도 투입된 듯합니다. 1개 대대 병력 정도 돼요. 정말 국가적인 재난 맞습니다. 집에 가야 하는데"라는 글을 올려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브라질이 대패함에 따라 네이마르에게 부상을 입혀 브라질의 공격력을 크게 떨어뜨린 수니가는 목숨을 걱정하며 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 생활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러울 정도다.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수치스러운 패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네이마르가 있었다면 (독일전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니가를 대패의 원흉으로 지목하는 발언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앞서 브라질 최대의 마피아조직 PCC는 지난 6일 "네이마르에게 가한 행동은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라고 주장한 뒤 수니가에 대한 응징을 예고한 바 있다. 이들은 "우리는 매우 분노하고 있다. 수니가는 브라질에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보복을 선언했다. 다행히 수니가는 호위를 받으며 콜롬비아로 돌아갔지만 브라질 마피아는 수니가의 목에 상금까지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 위협에 시달린 나머지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인 수니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이시여, 저를 보호해주소서"라는 글을 올렸다. 또 분노한 브라질인 축구팬들을 달래기 위해 독일-브라질 준결승 전반이 끝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브라질, 아직 추격할 수 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브라질은 전반전을 0-5로 마쳤다. 사실상 되돌리기 힘든 점수 차다. 수니가가 얼마나 겁에 질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살기 위한 안타까운 몸부림마저 엿보인다.
한국 위키백과에는 한때 ‘수니가는 콜롬비아의 축구 선수로, 현재 SSC 나폴리에서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다. 사망할 예정이다’라고 설명이 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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