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모 알선 한 번에 6,000만 원대
▶ 불법 난자 매매도 여전히 성행…학벌·외모 따라 ‘등급’ 나뉘어
최근 방영되고 있는 KBS 드라마 ‘뻐꾸기 둥지’에서 주인공 연희는 자궁경부암으로 영구 불임이 되는 슬픔을 겪는다. 그는 괴로워하던 중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시댁 식구들에게 떠밀려 ‘대리모 출산’을 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또 다른 주인공 화영은 수천만 원의 계약금을 받고 대리모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 드라마는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상업적 대리 출산’의 일면을 보여준다. 상업적 대리 출산은 불임부부에게서 계약금을 받은 대리모가 인공 수정이나 수정란 이식을 통해 의뢰인 대신 임신·출산하는 방법으로, 가족의 대를 잇기 위해 자녀가 필요하다는 한국의 전반적인 정서와 맞물려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재산상 이익을 위해 정자 또는 난자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수정란만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아이를 낳는 행위에 대한 제재는 없다. 때문에 대리모 출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성적인 불·탈법 행태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난자가 직접 불법 매매된 경우에도 금전 거래를 밝혀내지 못하면 처벌할 수가 없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기자는 대리출산 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이를 주선하는 이들과 직접 접촉해봤다.
▲ 법·윤리 비껴가는 대리출산
기자는 한 대리모 알선 홈페이지에 ‘대리모 지원자 구합니다’라 올라온 글을 보고 상담을 신청했다. ‘언제든 연락 달라’며 연락처를 공개한 이 브로커는 "대리모로 지원하려 한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이와 임신·출산 여부, 키와 몸무게 등을 물었다. 성공적으로 임신이 되면 업체에서 제공하는 2인 1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5,000만 원 이상을 분할 지급 받는다고 했다. 이 업체는 자신들은 불법적인 행위는 하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난자 매매는 하지 않는다"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출산 후 출생신고는 누구의 이름으로 되는 것인지 묻자 "만나서 이야기 하자, 왜 그런 것까지 물어보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또 다른 업체에는 대리모 의뢰인으로 가장해 연락을 시도해봤다. 관계자는 대리모의 나이(24~28세, 29세 이상)와 임신·출산 여부에 따라 등급이 나누어지며 이에 따라 5,500~6,500만 원가량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대리모가 후에 자신이 친모라고 주장하면 어떡하느냐’라는 질문에는 "미리 ‘친권 포기 각서’를 쓰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임신 12주부터는 대리모가 우리와 연계된 병원에서 의뢰인의 이름으로 진료를 받으니 출생신고서는 의뢰인 부부의 이름으로 나온다"는 답이 돌아왔다.기자가 "병원에서 난자 공여 이야기를 하는데 마땅한 공여자를 찾을 수가 없다"고 했더니 자신들이 직접 난자 제공자를 ‘소개’시켜줄 수 있다면서 해당자의 학벌이 고졸 이하이면 보통 200만 원, 학벌·외모가 어느 정도 이상이면 400만 원을 받는다고 했다. 다만 이 비용은 자신들이 받는 게 아니라 공여자와 의뢰자 사이에서 직접 거래된다고 말했다.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제스처다.
이 취재 결과는 우리나라의 대리모 출산 과정에서 수반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태어난 아이의 친권 문제다. 현행 민법은 ‘아이를 출산한 자’를 어머니로 규정한다. 때문에 상업적 대리모가 계약 당시 친권 포기 각서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출산 후 변심해 친권을 주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관련된 판례가 없었으나 2007년 일본에서는 “자신의 난자를 채취했더라도 대리출산으로 얻은 자식은 친자식으로 인정할수 없다”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더불어 원칙적으로 대리모가 낳은 아이에 대해 의뢰자는 입양 절차를 거쳐야만 자신의 호적에 입적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번거로워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현행법으로도 처벌 가능한 사안이 된다.
대리모 의뢰 및 출산 과정에서의 도덕적 문제도 제기된다. 대리모 알선 업체들은 대리모가 기형아를 출산할 경우 의뢰인이 친권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 조항을 제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의뢰인이 태아의 상태에 따라 출산 자체를 거부할 경우에는 대리 임신이 낙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극히 일부 계층에서는 충분히 임신이 가능한 몸인데도 이로 인한 출산 고통이나 이후의 몸매 변화 등을 염려해 대리모 출산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난자 매매도 심각한 문제다. 윤리적 문제를 제쳐놓더라도 시술대상자의 사후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령에 따르면 난자 채취는 평생 3회로 제한되며 6개월 이상의 기간을 두고 채취해야 하지만 불법 매매의 경우 이를 위반해 난자를 과도하게 채취하는 등의 형태가 자주 발생한다. 또한 취재 과정에서 알선 업체는 "난자 제공자를 소개해 줄 수 있으며 지원자에게 200만~400만 원가량을 건네주면 된다"고 했지만, 금전상의 이익을 위한 난자 제공 또는 알선은 엄연히 불법이다. 난자 ‘매매’가 아닌 ‘기증’은 현행법상 가능하나 무상제공이 원칙이며 보건복지부령이 지정한 교통비, 식비, 숙박비 등에 대해서만 기증자에게 실비 보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에도 난자·정자의 불법 매매 적발 건수는 2011년 381건, 2012년 403건에서 2013년 871건(보건복지부 ‘난자·정자의 불법매매 혐의 적발 현황’)으로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 ‘난자 매매 근절법’ 발의됐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난자·정자 불법 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상황이다. 이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에서 정보통신망을 운영하는 자에게 불법 매매로 의심되는 자료의 전송을 방지 또는 중단하는 조치를 직접 요청할 수 있게 했다. 난자·정자 불법 매매의 주요 통로인 온라인 게시물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이 각 의료기관에 자율적으로 맡겨져 있는 배아생성의료기관의 표준운영지침을 마련하도록 했다.
갈수록 불임 환자가 늘어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나 보건복지부로서는 당장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대리모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같이 상업적 대리모 출산을 불법화하고 비상업적인 대리모는 허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으나 보건복지부가 2012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7.3%가 "대리모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보였고 아예 "법적으로 금지해야한다"는 응답자의 비율도 68%에 달했다. 주로 친자 논란, 생명의 상업화, 사회 풍속 저해 등이 반대의 이유였다.
상업적·비상업적 대리모와 난자 매매에 관한 합리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각계의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 사회의 성숙한 논의와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이 제시되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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