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물 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지하수 고갈의 이유로 폐쇄된 인도 바라나니시 코카콜라 공장. <연합>
코카콜라, 구글, 포드의 공통점은 뭘까. 미국에 본거지를 둔 다국적 기업? 틀린 건 아니지만 다른 답도 가능하다. 이 기업들은 물을 미래의 핵심자원으로 규정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다른 말로 하면 21세기 국제 경제흐름을 앞서 가는 기업들이다.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이 기업들은 업종은 달라도 물을 깨끗하게 만들고 수자원을 보호하는데 그동안 수조원의 돈을 투입했다. 코카콜라는 콜라 단맛의 원료인 사탕무 재배지인 영국 런던 북쪽 나(Nar)강 살리기에 최근 10년간 20억달러을 쏟아 부었다. 코카콜라가 사탕무를 얻기 위해 나강의 물을 너무 낭비한다는 지역 주민들의 항의를 무마하기 위해서다. 코카콜라는 납품업체들과 함께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공법을 개발했고 나강 수질 개선에 20억달러를 썼다. 최근에는 환경보호 단체인 세계 자연보호기금에 120만파운드(204만달러)를 기부했다.
■코카콜라, 네슬레 물 투자 적극적
농촌의 작은 강을 살리려고 20억달러를 투자한 코카콜라가 대단해 보이지만 이는 21세기 이후 다국적 기업들이 수자원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여러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 신문이 주요 다국적 기업의 공시내용을 분석한 결과, 2011년 이후 기업들이 수자원 보호 관리를 위해 지출한 규모는 840억달러에 달한다. 1994년 세계은행이 ‘물 부족 위기’를 경고한 지 20년 만에 당시 코웃음 쳤던 사람들이 뼈저린 현실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세계 최대의 식품기업인 스위스 네슬레는 공장의 물 절약 및 폐수 처리시설 보강을 위해 3,800만스위스프랑(4,100만달러)을 투자했고, 영국계 석유개스기업인 BG 그룹의 호주 자회사는 10억호주달러를 내놓았다. 포드는 2,500만달러를 들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레토리아 공장에 물 처리시설을 만들어 공업용수의 재 사용률을 15%나 높였다.
구글은 핀란드에 설치한 대규모 서버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로 바닷물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와 유럽 벨기에에 구축한 서버에는 빗물이나 인근 운하에서 끌어들인 공업용수를 냉각수로 쓰고 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전문가는 “물 부족 문제가 기업들에 더 이상 작은 문제가 아니다”며 “관련한 지출이 많은 기업들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정수처리장부터 지하 관로에 이르는 5억5,000만달러의 세계 물시장이 매년 3.5%식 성장하고 있다”며 “이는 원유와 천연개스 업계 성장률보다 14%, 음식과 음료산업보다는 7%나 빠른 매출액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개도국 중산층 증가로 물 소비 폭증
산업부문별로 봤을 때 물 비용이 가장 눈에 띄게 오르는 것은 광산업계다. 광산업의 물 비용은 2009년 34억달러에서 2013년 거의 100억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12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6대 광산기업들이 채굴 중인 광산의 70%가 물 부족이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국가에 있기 때문이다.
규모면에서 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는 실은 농업이다. 농업 분야는 전체 물 사용의 70%를 차지한다. 산업계(22%), 가정용수(8%)에 비하면 압도적이다. 물이 부족한 일부 국가에서는 이 때문에 산업계와 농업계가 물을 두고 다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농부들이 공장에 물을 대는 지하 관로를 끊어버리는 사건이 있었다.
호주에서도 농부들이 자신들의 물 공급에 차질을 빚는 개스 시추에 반대해 시위를 벌인 적이 있었다. 물 관련 분쟁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그 증가 추세도 뚜렷하다. 미국 국무부는 2012년 보고서에서 “물 문제가 미국의 안보에 불안정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보고서는 핵심자원인 지하수의 빠른 고갈에 따른 글로벌 식량시장의 위기를 강조했다.
물은 산업과 농업 그리고 가정 등 거의 모든 곳에서 필요로 하는 자원이다. 과거에는 물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에너지마저 물을 필요로 하고 이 에너지의 생산량 역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세계 인구는 앞으로 10억명이 더 늘어 2030년에는 80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산층 인구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세계 중산층 인구는 이 기간 20억명에서 50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산층 인구의 증가는 많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물의 소비량 변화로 바로 이어진다.
일단 먹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지금 선진국 사람들이 그렇듯 늘어나는 중산층 인구도 채소보다는 햄버거를 더 좋아할 것이다. 감자 한 개나 토마토 한 개를 생산하는 데는 30리터가 채 되지 않는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햄버거 하나를 생산하는 데는 2,400리터의 물이 든다. 한 사람의 한 끼 식단의 변화만 해도 벌써 이렇게 어마어마한 물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들은 또한 에어컨과 텔리비전 등 전기가 필요한 도구들을 원할 것이고 가족을 위한 자동차와 해외여행 등을 할 것인데 이들 모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 에너지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화석연료를 시추하는 데부터 원유를 정제하고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까지, 에너지를 생산하는 모든 과정에 물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물 이용 규제, 공급 시스템 개선 필요
지구상에 있는 물의 97%는 바다에 존재한다. 마실 수 있는 신선한 물은 2.5%에 불과한데 그 중 거의 70%는 극지역 빙하나 빙원에 갇혀 있다. 호수, 강 등 지표면에 있는 물은 1%에 불과하다. 나머지 거의 30%가 지하수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2억명이 깨끗하고 안전한 음용수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이보다 두 배 많은 24억명은 하수도 시설이 없는 상태로 물을 마신다.
지하수 개발은 물 부족 해갈에 매우 중요하다. 지금은 세계 어디서나 지하수를 파고 있지만 지하수를 음용수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대략 100년 전부터다. 스페인과 미국과 같은 몇몇 국가들에서 시작된 지하수 파내기에 지금은 대략 20억명 정도가 의존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하수가 고갈되고 사용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 사용의 효율을 높이고 지역 사회와 정부, 기업이 모두 함께 수원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 부족 문제의 해결책은 기업이 아닌 지하수 규제나 폐수의 효율적인 이용 등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권한이 있는 정부에게 달렸다. 일부 국가들은 이미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싱가포르는 물을 재활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규제들을 시행하고 있고 이는 여러 국가에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드물다. 국가 정책 차원 이외에도 물을 쓰는 기업들이 나서서 스스로 물의 사용을 규제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네슬레와 코카콜라를 비롯한 기업들은 세계은행의 민간투자기구인 국제금융공사와 함께 ‘2030 수자원 그룹’을 만들어 물 부족문제를 집중조명하고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물 공급을 늘리고 비효율적 사용을 줄이지 않을 경우 2030년이면 물 수요가 공급을 40%나 초과하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엔지니어링 컨설팅회사인 애럽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물 사용을 줄이거나 개발을 더 하는 것보다 현재의 물 공급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으로도 물 낭비를 크게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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