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열 시인 3주동안 평양·개성·사리원·원산·통천·흥남 등 방문
▶ 통일 염원 담은 책 출판 예정
평양의 대동강변에 새벽운동을 나온 주민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정찬열씨가 북한의 농촌을 방문하던 중 북한 농부의 농사일을 돕고 수확한 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념과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한민족의 피 속에 흐르는 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1일 동안 북한 주민들의 삶을 돌아보고 온 오렌지카운티의 시인 정찬열(오렌지 글사랑모임 회장)씨가 북한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 말이다.
지난 10월4일 방북해 25일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귀국한 정찬열씨의 이번 북한방문은 북한 내에서 남한의 작가가 장시간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돌아온 첫 사례라고까지 평가받았다. 함경남도에서 평양에 이르기까지 함경북도와 양강도, 자강도를 제외하고 평양과 개성, 사리원, 원산, 통천, 흥남 등을 방문했다.
정찬열씨는 “지난 2005년에 방문했을 때보다 주민들의 삶이 편안해 보였고, 당시 못 보던 것들을 이번에 많이 봤다”며 “도시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의 우선 입주권이 인근 직장에 다니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있다는 안내원의 말에 새로운 것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40여층 되는 고층 아파트와 롤러브레이드를 타는 아이들의 모습, 리어커에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노점상들의 모습, 이른 아침 공원에서 음악을 틀고 간단한 체조와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여인네들의 모습 등은 정찬열씨가 이번에 처음 본 광경들이다.
정찬열씨는 “평양 거리에 있는 이발소에서 이발을 하는데 이발사가 처음에는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해줬다”며 “고국 땅을 방문한 기념이라며 한사코 돈을 받지 않아 그냥 돌아왔다”고 말했다.
정씨는 미국에 살고 있는 교포라는 말을 듣고 상대를 배려하는 50대 이발사의 마음에서 이념과 나이를 초월한 진한 동포애를 느꼈다고 했다.
정찬열씨는 또 북한의 농촌을 거닐며 주민들을 만나기도 했다. 농사꾼의 집에 들어가 살림살이를 엿보기도 하고 추수하는 일꾼들 속에 끼어서 한나절 벼를 베고 북한의 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키기도 했다. 공장지대에 가서는 공장 직원들의 기숙사와 가정집을 기웃거려 보고, 대학가에 가서는 대학 교수들의 집을 방문했다.
정찬열씨는 “자동차와 경운기, 우마차를 한 곳에서 보면서 북한 농촌은 현대와 과거가 한 공간에 공존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어렸을 때의 아련한 추억을 떠 올리게 하는 정감이 남는 곳이라는 느낌”이였다고 설명했다.
정찬열씨는 이번 북한 방문의 경험을 올해 말부터 글로 옮기기 시작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본보를 통해 북한 주민들과의 만남의 느낌을 시인의 시각으로 담담히 전할 계획이다.
정씨는 “처음 목적했던 것처럼 본 것을 본 대로, 느낀 것을 느낀 대로 글로 옮기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북한의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 등을 주로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찬열씨는 지난 2009년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한국의 국토를 종단하고 첫 번째 국토순례 시리즈를 집필했다. 이후 2011년에는 국토를 횡단하고 그 느낌을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이번 북한 방문은 통일의 염원을 담은 국토순례 시리즈 3번째 집필을 위해 추진됐다.
<신정호 기자>
jh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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