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채 2주가 남지 않았다. 새해를 앞두고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이 올해의 사건 사고, 10대 뉴스를 다루고 있다.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이 ‘2014년 최고발명품 25가지’를 선정해 발표 했는데 셀카봉, 애플워치, 3D 프린트, 스마트 반지, 블랙폰 등 IT기기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이중 한국인들에게 대인기인 셀카봉이 눈에 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셀카봉이 미국에 수입되어 시판 중이다. 긴 막대기 끝에 셀카를 고정시켜 여러 명이 몰려서 사진촬영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인터넷에서 수시로 볼 수 있다. 접으면 20cm, 펴면 약 1미터 길이의 셀카봉은 스스로의 모습을 찍을 수 있어 편리한데다 가격도 기능에 따라 수십 달러로 저렴한 편이다.
올해의 최고 발명품이 무엇인지 연말이 되면 자주 다루는 소재가 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그대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광지나 멋진 장소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없으면 팔을 최대한 앞으로 뻗어 찍다보니 얼굴만 크게 나오거나 초점 흐린 사진에 만족해야 했다. 스스로 사진을 찍어 개인 트위터에 올리는 셀카(셀프 카메라)가 유행되면서 셀카봉이 여실히 필요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사진 좀 찍어주세요” 하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나 폐 끼치기 싫은 사람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발명품이다. 셀카봉은 자신의 모습을 온라인상에 남기는 것이 일상화 된 시대를 가장 잘 나타내는 발명품이긴 한데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지나친 개인주의가 엿보인다.
그동안 나온 자료들에 의하면 과학자나 전문가들에게 인류최고의 발명품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각자 말하는 것이 자신의 직업과 연관되어 있는 점이 재미있다. 역사학자는 기원전 3,000년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발명된 것으로 알려진 ‘문자’를 들었다. 연구원은 ‘종이’를 들었다. 102년 중국의 채륜이 발명한 종이는 한국과 일본을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지식과 정보를 정리하고 기록하면서 인류 역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수학자는 ‘아라비아 숫자’를 선정했다. 숫자가 없었더라면 현대과학이라 불리는 모든 학문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과학자는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을 꼽으면서 성직자와 귀족계급만 보던 성서가 인쇄술로 인해 널리 보급되면서 근대적 시민사회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발명한 것으로 추측되는 바퀴는 인류에게 위대한 업적을 쌓게 만들었고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미데스가 발명한 ‘나사’는 수많은 발명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데 기본이 됐다.
또한 감각에 의존했던 시간의 흐름을 정리해 준 시계, 자신의 모습을 보여줘 자의식을 갖게 만든 거울, 가족 구조 및 여성에게 큰 영향을 끼친 피임약, 위생적으로 살게 하여 수명 연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 비누,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된 증기기관, TV·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쓰게 만든 전기,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명한 항생제 페니실린 등등 인간의 발자취가 있는 곳마다 수많은 발명품들이 쏟아졌다. 현재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올해는 셀카봉까지...
위대한 발명품이 나올수록 생활은 편해지고 풍족해지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멀어지고 있다. 눈만 뜨면 스마트폰부터 열고 하루 종일 수시로 만지작거리고 심지어 다른 사람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도 메시지와 이메일을 체크하는 우리들은 이러한 발명품에 익숙해지면서 간혹 손에 없으면 불안해한다.
집에서 혼자 칩거하면서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만 있으면 아무런 아쉬움이 없는 세상. 문명은 발전하되 생각하는, 창의력 있는 인류는 오히려 퇴보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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