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년이 흐르고 새해가 시작됐다. 1년은 12개월이고, 52주이고, 365일이다. 더 세분하자면 8,760시간, 52만 5,600분, 3,153만 6,000초다. ‘쇠털 같이 많은 세월’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 빨리 빠져 없어진다. 결혼날짜를 잡아놓은 신랑신부나 제대날짜를 기다리는 병사들 말고는 어느 누구에게나 세월은 강물처럼 빨리 흐르고, 화살처럼 날아간다.
시간보다 빠른 게 빛이다. 1시간은 하루의 24분의1이고 하루는 지구가 한번 빙그르르 돌아(자전) 제자리에 돌아올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다. 지구가 한번 도는데 24시간 걸리지만 빛은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 돈다. 달빛이 지구까지 도달하는데 1.4초 걸린다. 그래서 세월을 광음(빛과 어두움)으로 바꿔 쓰기도 한다. 광음여류(光陰如流)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사람들마다 시간에 쫓긴다거나 시간에 매여 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과 만날 일이 있을 때 시간 좀 내달라고 부탁한다.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는 경구도 있다. 시간이라는 게 참 묘하다. 공기나 햇볕처럼 누구나 갖고 있지만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다. 시간이 돈이라는 말이 있지만 돈과 달리 시간은 남들과 주고받을 수 없고, 노후를 위해 저축할 수도 없다.
아리송한 게 또 있다. 시간이 간다거나 세월이 흐른다고 말들 하지만 시간이 어디로 가는지, 세월이 언제 멈출는지 안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세월에 비유되는 강물은 흘러 흘러 종국엔 바다에 모이지만 수억만년간 흐르고 흘러온 세월은 어디에 쌓여 있는지 종적이 없다. 그래서 과거나 미래의 세월 속으로 찾아가는 ‘타임머신’ 공상과학영화도 생겨났다.
나만 아리송한 게 아닌가 보다. ‘시간이 어디로 가는지 누가 아나요?’라는 노래가 1970년대 유행했었다. 영국가수 샌디 데니의 자작곡이지만 주디 콜린스와 나나 무스쿠리 노래가 더 히트했다. “아침 하늘을 가로질러 새들이 떠납니다. 새들은 떠날 시간을 어떻게 알까요? 당신이 내 곁에 있는 한 나는 떠날 생각이 없어요. 나는 가는 세월이 두렵지 않다오…”최근 알츠하이머 환자가 된 컨트리싱어 글렌 캠벨도 그 무렵 ‘세월’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뛰어가는 사람, 기어가는 사람, 꼼짝도 않는 사람…앞으로 가는 사람도, 뒤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네. 나를 환대하기도, 박대하기도 하며 모두 자기 갈 길을 갔지. 웃을 때도, 울 때도, 만족한 때도, 실망한 때도 있었다네. 오호라, 그 좋았던 세월은 모두 어디로 갔나…”한국에도 비슷한 노래가 있다. “세월이 흘러가면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 그대가 떠나가면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알 수가 없잖아요.…” 이문세가 부른 ‘난 아직 모르잖아요’이다.
있지도 않을 ‘시간의 끝’을 두고 사랑을 맹세한 노래도 있다. 페리 코모가 히트시켰다. 쇼팽의 폴로네이즈(53번)에 가사를 붙인 ‘시간의 종말까지’이다. “모든 샘물이 마를 때까지, 모든 산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당신 곁에서 웃음도, 눈물도 함께 하렵니다. 부드럽게 내게 말해주오. 나만이 당신의 사랑이요, 나만을 위해 살겠다고, 시간의 종말이 올 때까지…”
시간은 붙잡을 수도, 반복할 수도 없다. 시간은 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하기 전부터 있었고, 인류가 파멸해도 여전히 존속한다. 우주만물을 창조한 여호와가 시간도 창조했다는 말은 성경 어디에도 없다. 시간은 창세이전부터 창조주의 전유물이었다.
나이가 70을 넘으면 세월도 시속 70마일로 간다는 우스개에 공감한다. 특히 세밑엔 ‘세월여시’와 함께 ‘광일미구(曠日彌久)’, ‘비육지탄(脾肉之嘆)’ 같은 사자성어에 자괴심이 든다. 살만 뒤룩뒤룩 찌고 쓸데없이 세월을 보냈다는 뜻이다.
2015년 신년결의는 실천 못할 거창한 슬로건보다 ‘유수처럼 물 흐르듯이 살자’가 좋을 것 같다. 그 역시 평범한 노래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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