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엔 누구나 기대에 부푼다. 전인미답의 ‘브랜드 뉴’ 해에 큰 발자국을 찍고 싶어 한다. 지난해 운수대통한 사람보다 별 볼일 없이 보낸 사람이 더 많았다. 나도 그런 축이어서 을미년 새해 아침 마치 지루했던 터널에서 막 빠져나와 탁 트인 고속도로 앞에 선 기분이었다. 바라는 일들이 고속도로를 달리듯 일사천리로 이뤄지기를 소망하는 건 나만이 아니다.
새해 소망은 제각기 다르다. 떼돈을 벌겠다는 사람이 가장 많을 듯하다. 꼭 장가가겠다는 노총각도 있다. 지중해 크루즈여행을 계획하는 친구도, 잉카문명 유적지인 남미 페루의 마추픽추를 등정하겠다는 산악회 동료들도 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연말에 그해의 10대 뉴스를 선정해 발표하는 게 관례다. 요즘은 마음이 앞서가는 세태 탓인지 새해의 10대 뉴스를 정초에 미리 정하는 신문사들이 있다. 한국의 한 인터넷신문은 4·29 보궐선거,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 개각·개헌·선거구개편, 통합진보당 해산 후폭풍, 공무원 연금개혁, 남북 정상회담(가능성) 등을 올해 톱뉴스로 예정했다.
시애틀타임스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올해 신문에서 읽고 싶은 기사 제목’을 현상 공모했다. 1등은 “2015년 캠퍼스 총격사건 전무”였다. “대선후보 힐러리, 부통령후보로 게리 락(전 워싱턴주 지사) 선택” “소닉스 농구팀, 오랜 법정공방 끝에 시애틀 복귀” “워싱턴주 유권자들 소득세 찬성” “시애틀, 전국서 가장 친절한 도시로 꼽혀” 등도 입상권에 포함됐다.
한국일보가 ‘새해 소망 기사제목’을 현상 공모했다면 어땠을까? “워싱턴주 한인의 날 기념식(13일)에 제이 인슬리 주지사 참석” “섀리 송, 드디어 주의회 진출(실은 엊그제 탈락)” “시애틀총영사관 자체 청사 앞질러 착공” “한인학생 UW 수석졸업” 등이 입상했음직하다.
하지만 한국일보나 시애틀타임스의 가상 기사제목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현실화돼도 경천동지할 일이 아니다. 2014년 정초의 예상 톱뉴스 중 “김정은 4차 핵실험(가능성),” “한국축구 브라질 월드컵 8강 넘봐” 등은 빗나갔고,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은 끼지도 못했다. 그 대신 세월호 참사와 대한항공 회장 딸의 ‘땅콩 회항’ 등 엉뚱한 톱뉴스들이 터졌다.
이번 주 뉴스위크 신년호는 2015년 예상 톱뉴스를 싣지 않았다. 정부와 연구기관들이 주목하는 해는 ‘Twenty Fifteen’(2015년)이 아니라 ‘Twenty Fifty’(2050년)라고 강조했다. 뉴스위크는 35년 후, 21세기의 딱 중간 해인 2050년엔 지구촌의 모든 주민이 모든 생활부문에서 지금과 판이한 환경 속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지적했다.
우선 현재의 70억 인구가 96억으로 30% 이상 늘어난다.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가 하나 생겨나는 셈이어서 피임이 일상화된다. 식량을 현재보다 60% 증산해야 늘어난 입을 먹일 수 있다. 이는 농지개간과 2모작, 3모작을 늘려 간신히 때우게 된다.
태양열이 전 세계 발전양의 27%를 감당해 No.1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는다. 컴퓨터는 지금보다 파워와 성능이 1,000배 향상되고 컴퓨터칩 가격은 1,000배 떨어져 모든 생활용품이 컴퓨터화 된다. 인간의 뇌를 고스란히 입력시키는 컴퓨터도 개발돼 죽음을 둘러싼 윤리문제가 대두된다. 리사이클도 원래 물건의 품질을 100% 재생시키는 ‘업(Up)사이클’이 된다.
컴퓨터라면 한국이 단연 선진국이다. 2050년엔 온 땅덩어리가 컴퓨터로 작동될 터이다. 더구나 그해는 6·25 발발 100주년 해다. 남북통일이 오래 전에 이뤄져 태평성대일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6·25세대들은 35년후엔 100세가 훨씬 넘어 대부분 죽는다. 통일만큼은 2015년에 이뤄져 금강산, 백두산, 묘향산에 오르는 것이 나의 ‘언감생심’ 새해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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