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0일 브루클린 지역에서 순찰차에 타고 있던 뉴욕시경 경찰관 2명이 한 20대 흑인남성의 매복 기습총격으로 숨졌다. 또 지난 5일 오후 브롱스 지역 식품점 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이 강도 용의자가 쏜 총에 부상을 입었다. 경찰이 스스로의 안전을 걱정해야할 처지다.
지난 해 8월 미주리주 퍼거슨 시에서 일어난 10대 흑인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경관 대런 윌슨의 총에 맞아 숨지고 11월 대배심에서 이 경관에 대한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흑백갈등이 불거졌다. 또 지난 12월 뉴욕에서 흑인 에릭 가너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숨지게 한 백인경관에 대한 불기소 결정이 나면서 뉴욕에서도 시위가 일어났었다.
흑백 차별 철폐와 경찰 공권력 남용금지를 요구하는 시위대는 ‘흑인들의 삶도 중요하다’ ‘모든 인종차별을 끝내겠다‘고 주장한다. ‘정당방위’와 ‘공권력 남용’이라는 상반된 사태에 민심도 두 갈래로 나눠지고 있다.
안 그래도 뉴욕경찰이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의 경찰개혁에 반발한 가운데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뉴욕시내에서 발생한 용의자 체포건수가 대폭 감소했다고 월스트릿과 뉴욕 포스트는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찰이 흔들리면 시민의 안전은 어찌 되는지 우려된다.
오는 19일은 마틴 루터 킹 데이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는 1929년 미 남부 침례교 목사 집안에서 출생하여 평생 흑인해방운동 및 흑인인권운동에 힘쓰다가 1968년 백인우월주의자의 총에 암살되었다.
킹 목사는 1963년 8월 워싱턴에서 수십만 명의 흑인들과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 100주년을 기념했다. 1965년에는 흑인의 투표권 확보를 위해 민권운동 지지자들과 함께 앨라배마 주 셀마에서부터 몽고메리까지 비폭력 행진을 주도, 마침내 흑인 투표권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게 했다.
이 마틴 루터 킹 데이를 앞두고 뉴욕시 지하철역에는 총을 찬 경찰관이 늘었다. 시위가 일어나면 그 틈새에 폭력과 약탈 사태, 더 나아가 방화와 건물 파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영업자 한인들은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불안하다. 1992년 4월 LA 폭동으로 전체 피해액 7억달러 중 한인들 피해는 절반을 차지해 많은 이들의 아메리칸 드림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전력이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는 이 나라의 대통령은 흑인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200년 이상 된 인종차별의 벽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기대 하에 2008년, 2012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나 지금 별 도움이 안 된다.
미국의 건국이념은 ‘여럿이 모여 하나’다. 세계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수호자인 나라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인종차별’(Discrimination)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무엇보다도 킹 목사의 ‘무저항 비폭력주의’가 대두되는 요즘이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하지 않는가.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인종차별 역사는 계속될 것이다. 다만 살면서 좀 나아질 것이고 그러자면 우리가 좀 더 노력해야 한다.
뉴욕에서 일어난 평화적 인종차별 시위에 백인들이 상당수라는 사실을 떠올리자. 편견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며 바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 용기 있고 의로운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이 혼란의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사람에 상처받고 사람에 눈물짓고 사람에 절망하면서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사람. 그래도 믿을 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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