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1,200억원 낭비’다. 해를 거듭할수록 금액도 커지고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한식세계화 사업 말이다. 시작부터 ‘영부인 사업’으로 너무 요란하게 등장해서일까, 사업 시작 6년째 시간이 지날수록 ‘혈세낭비의 아이콘’처럼 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허상’ ‘졸속추진’ ‘예산낭비’ ‘성과미비’ 등 지난 6년간 한식 세계화를 수식해온 말들만 보면 천덕꾸러기가 따로 없다.
투입된 예산에 비하면 턱없이 빈약한 성과를 보였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가장 높다. 막대한 예산이 단기적 성과 위주의 이벤트성 사업 추진에 쓰였고, 사후관리는 미흡했으며, 잦은 사업 계획 변경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일부는 동의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지난 2013년 2월, LA 한인타운 마당몰에서 한식재단 주최하에 열린 ‘코리안 쌈데이’다. 약 50명이 초청된 이날 행사에는 대하찜, 참치회 등 고급재료를 활용한 쌈요리 10여종이 소개됐었는데, 이후 이 행사는 일인당 무려 1,000달러짜리였음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취재차 참석했던 이날 ‘초호화 파티’에서 기억에 남은 것은, 쌈으로 내어진 양배추가 장식인줄 알고 접시 밖으로 치우고 먹던 옆자리 외국인의 모습이었다.
올해도 실속 면에서 조금 아쉬운 모습이 보인다. 최근 한식재단은 해외 협의체들에게 한식당마다 붙여둘 수 있도록 한식 상차림, 민화 등 포스터 5종에 비빔밥, 갈비찜, 배추김치를 배경으로 만든 종이 테이블 매트를 제작해 배포했다.
특히 앞면은 매끄럽게, 뒤는 미끄러지지 않게 한지로 만든 테이블매트는 한 눈에 봐도 정말 고급스럽다. 식당에서 한 번 쓰고 버려질 것을 생각하니 아까울 정도다. 갈비찜이나 비빔밥을 팔지 않는 한식당에선 사용하기도 애매하다. ‘뒤집어서 쓰겠다’고 했다던 어느 한식당 업주의 말이 씁쓸하게 들린다.
6년간 쓰였다던 1,200억원은, 해외에서 가장 많은 한식당이 영업 중인 이곳 LA에서는 낯선 금액이다. 미서부한식세계화협회는 현재 예산부족으로 사무국장의 자리가 비어있는 상태다. 한식재단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미서부한식세계화협회 구성원은 220명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뉴욕을 중심으로 하는 동부협회의 구성원은 50명이다.
한식세계화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그렇게 보면 6년이라는 시간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얼마’가 아니라 ‘어떻게’ 쓰였는지 일 것이다. 한식 세계화 사업의 핵심은 ‘현지화’다. 보다 올바른 곳에 초점을 맞춘 지원이 필요할때다.
올해 LA에는 한식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이 예정돼 있다. 한식당들을 위한 식자재 공동구매와 전 세계 협의체가 모이는 ‘글로벌 한식문화 국제포럼’, ‘한식사랑 대축제’ 등이다. ‘전시성 행사’라는 그간의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내실 있는 행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