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비공개 재판기록 공개…수사 협력자 더 있어
척 블레이저(왼쪽)과 젭 블라터 FIFA 회장 (AP)
국제축구연맹(FIFA) 비리 의혹의 ‘내부고발자’격인 전직 간부가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뿐만 아니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도 개최지 선정을 둘러싸고 뇌물을 받았다고 자백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FIFA 집행위원을 지낸 미국의 축구 행정가 척 블레이저(70)는 지난 2013년 11월25일 미국 뉴욕 동부지법에서 열린 탈세 혐의 등에 대한 비공개 재판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외신들이 3일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40페이지 분량의 당시 재판기록에 따르면 블레이저는 레이몬드 디어리 판사에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1992년 또는 그 무렵에 1998년 월드컵 개최국 선정과 관련해 뇌물을 받기로 합의했다"고 자백했다.
블레이저 등에게 뇌물을 건넨 곳은 모로코 월드컵유치위원회라고 뉴욕타임스(NYT)와 AFP 통신은 전했다. 모로코는 1998년 월드컵 유치를 놓고 프랑스와 끝까지 경쟁한 바 있다.
그는 "나를 포함한 FIFA 집행위원회 멤버들은 2004년 무렵부터 2011년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2010년 월드컵 개최국 선정에 관해서도 뇌물을 받았다"고도 시인했다.
이는 최근 기소된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이 남아공을 월드컵 개최지로 지지하는 대가로 1천만 달러(약 111억원)를 받았다는 혐의가 공소장에 적시되면서 처음 드러난 2010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비리의혹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블레이저의 자백에 디어리 판사가 "검사들은 FIFA와 그 종사자, FIFA를 구성하는 관련 조직을 ‘RICO’라고 지칭한다. RICO란 ‘협잡이 판치는 썩은 조직(Racketeering Influenced Corrupt Organization)’의 머릿글자를 딴 말"이라고 언급했다는 대목도 재판기록에 담겨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재판에 출석한 검사는 FIFA 비리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로레타 린치 현 법무장관이다.
린치 장관을 비롯한 검사들은 블레이저에 대한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할 것을 요청하는 등 수사 보안 유지에 신경을 썼다.
이밖에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사무총장 출신인 블레이저는 북중미 국가들의 축구선수권대회인 ‘골드컵’ 중계방송 등 이권과 관련해 1993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각종 뇌물과 뒷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 재판에서 인정했다.
공갈, 온라인뱅킹 사기, 돈세탁, 소득세 탈루, 해외계좌 거래신고 의무 위반 등의 죄목으로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한 블레이저는 미 정부의 FIFA 비리 수사에 협조키로 했다.
뇌물과 향응을 즐기고 중개금액의 10%씩 떼어가는 버릇 탓에 ‘미스터 텐프로’라는 별명까지 얻은 부패 축구인이 어쩔 수 없이 내부고발자로 변신하게 된 셈이다.
NYT 보도에 따르면 이번 수사에서 블레이저 외에 워너 전 부회장의 두 아들인 대리언과 대릴을 포함해 최소 2명의 협력자가 더 있었다.
워너 전 부회장의 아들들이 지난 2013년 유죄를 선고받을 당시 판사는 이들이 ‘비밀 정보 활동’에 참여하고, 내부 문서를 전달하며, 정기적으로 검사와 만나고, 필요할 때 증언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협력의 대가로 검찰은 두 아들의 선고공판 때 이들의 협력 사실을 강조하면서 선고형량을 낮춰줄 것은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법원에 보냈고, 대리안 워너가 미국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추천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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