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마존 닷컴에서 작은 아들의 태블릿 PC를 하나 구입했다. 헌데 사흘 가량이 지나 우연히 같은 사이트를 검색하다 보니 그새 가격이 30달러 가까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아마존의 최저가격 보장제가 떠올라 혹시나 해서 아마존에 사정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띄웠다.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차액만큼 환불을 해 주겠다’는 답장이 왔다. 물건만 구입하고 사이트를 다시 검색해보지 않았거나 지레 포기했다면 어떡할 뻔 했나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다.
우리 속담 중에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다. 다분히 한국적인 것 같고 약간은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국 생활 20여 년을 돌아보니 이곳에서도 이 속담이 어느 정도는 통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LA에 거주하는 윤모씨도 이 속담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그는 지난 6월 초 카운티 택스 컬렉터로부터 한 통의 배달증명 우편을 받고 망연자실했다. 2009년 처음으로 장만한 주택이 프라퍼티 택스를 5년간 연체했으니 밀린 세금 4,500달러와 그 동안의 페널티 4,000여달러를 포함 9,000달러를 정한 기간 내 갚으라는 것이었다. 물론 기한을 넘기면 경매절차에 들어가겠다는 무시무시한 엄포도 잊지 않았다.
평소 은행을 통해 모기지 페이먼트와 함께 재산세를 꼬박 꼬박 납부했던 윤씨에게는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였다. 서둘러 택스 컬렉터를 찾아 문의해보니 그가 주택을 매입한 이후 카운티에서 재산세를 재산정하고 고지서를 발송했는데 윤씨가 이를 체납했다는 것. 아무리 기억을 되살려봐도 고지서를 받지 못한 윤씨에게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사정도 해보고 강하게 어필을 해봤지만 모두 허사. 결국 눈물을 머금고 세금을 완납해야 했다.
하지만 너무 억울한 마음에 윤씨는 다시 택스 컬렉터에 자신의 입장을 적은 편지를 보냈고 40여일이 지난 후에야 택스 컬렉터의 전화를 받게 됐다. 잔뜩 기대를 한 윤씨의 바람과 달리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페널티를 취소할 수 없다는 통보뿐. 윤씨가 직전에 거주하던 아파트에 분명히 고지서를 발송했으니 이에 대한 수신 책임은 윤씨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택스 컬렉터 측과 옥신각신하는 사이 윤씨는 택스 컬렉터측이 아파트 호수를 표기하지 않은 채 고지서를 발송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많은 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유닛을 적지 않은 것은 명백한 실수라며 적극적으로 페널티 부과의 부당성을 부각시켰다. 결국 카운티측은 프라퍼티택스를 제외한 페널티 4,000여달러를 돌려주기로 했다. 윤씨가 벙어리 냉가슴 앓듯 말없이 있었다면 얻지 못했을 결실이었다.
요즘 미국에 사는 발달장애아 부모들도 ‘무엇인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직접 간절히 원한다는 뜻을 밝히고 강하게 요구해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정부의 예산이 삭감되면서 교육구나 공공 기관의 관련 서비스들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아 부모들 사이에서는 꼭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교육구와 많이 싸워야 한다’는 표현을 할 정도다. 물론 편법이나 떼를 쓰자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조용히 혹은 젊잖게 따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 일이 순조롭게 해결되고 당연히 가져야 할 떡도 얻게 된다면.
하지만 때때로 순리대로 조용히 따지다보면 무기력하게 보이거나 상대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자신의 권리마저 찾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혹자는 울어야 할 때는 울고 요구할 때는 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직도 이 속담이 회자되는 이유는 인간사회의 속성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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