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은행이 없는 경제활동은 상상하기 힘들다.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옮은 표현일 것이다.
초창기 은행은 12세기 유럽의 베니스와 제노아에서 설립됐는데 당시 선박을 타고 먼 거리를 돌아다니며 상거래를 해왔던 상인들을 위해 자금을 안전하게 보관해 주면서 은행업무가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은행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지점 창구 중심의 업무에서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업무 방식과 형태에서는 발전하고 변하고 있지만 그기본적인 기능과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
은행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자 존재의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자금의 보관과 결제기능이다. 또 은행은 고객이 맡긴 돈(예금)을 관리하고 이 고객의 돈으로 대출을 해주면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제고를 영업의 목적으로 한다.
미국에서 특히 한인은행들은 한인 이민·경제발전에 많이 기여하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는 중국커뮤니티 다음으로 은행이 많다.
한인보다 인구가 많은 베트남이나 필리핀, 아르메니아 커뮤니티 등은 물론 히스패닉 커뮤니티까지 내세울만한 자체 커뮤니티 은행 하나 변변치 않다. 그래서 금융 전문가들은 미주 한인사회 경제발전의 주요 요인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성장해온 한인 커뮤니티 은행의 존재를 꼽고 있다.
한인들에게 한인은행은 은행 이상의, 이민생활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인경제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던 80년대와 90년대에는 은행 직원들이 남미 등에서 오는 예금 배달도 했고 다운타운에서는 고객의 잔고가 부족하면 미리 전화로 알려주면서 기업들이 비즈니스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은행 직원이 1인 2역을 하기도 했다.
그런 일들이 한인경제가 성장하고 한인은행도 성장하는 주춧돌이 됐다. 그만큼 한인은행과 한인 고객은 뗄 수 없는 관계다.
BBCN 은행이 최근 많은 고객계좌를 일방적으로 폐쇄 조치한데 대해 한인사회의 실망감과 분노가 큰 것도 어쩌면 이같은 한인은행에 대한 인연과 애착심, 최대 은행에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폐쇄된 계좌 중 상당수가 노인과 웰페어 수령자 등 소위 ‘돈이 되지 않는 계좌’ 고객인 것으로 전해져 안타깝다.
한인들은 이번 파문의 당사자가 자산 규모가 73억달러에 달하고미 전역에 50개 지점과 직원 927명이 근무하는, 미주 한인사회 최대 은행인 BBCN이기에 더욱 실망했다. BBCN은 아직까지도 정확히어떤 이유로 계좌를 폐쇄했는지, 또 폐쇄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등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은행 차원의 명확한 해명이나 설명이 없으니 의혹만 커지고 비난의 목소리만 높아지는 형국이다.
은행은 공기업이다. 공기업은 목적도 중요하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더 중요하다. 특히 BBCN은 최대의 미주 한인은행이다. 최대 한인은행이기에 이번 사태의 실망감은 더 크다 할 수 있다.
최근 폭스바겐 사태에 소비자의 실망감과 충격이 큰 것도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 그룹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미 재계에서는 폭스바겐 사태를 되풀이되는 ‘1등의 저주’라고 표현한다. 2007년까지 세계 1위였던 제네널 모터스(GM)는 점화 스위치 결함으로, 또 이후 1위였던 도요타는 가속페달 결함에 따른 대규모 리콜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어느 분야에서건 1등은 달성하기보다 수성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또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사람이 운영하는 기업 역시 당연히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과 추락하는 기업의 차이는 실수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다.
BBCN의 계좌 폐쇄와 이후 어설픈 대응으로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 힘겹게 쌓아올린 BBCN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와 이미지가 타격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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